'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포스코 측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 씨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재판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에 대한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최씨와 조성민 더블루케이 대표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더블루K 대표가 지난해 2월 26일 최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회장님. 통화가 안 돼서 문자를 드립니다. 포스코 황은영 사장에게 전화왔습니다. 배드민턴 창단에 대해 빨리 하도록 한답니다"라는 내용이다.
검찰은 "최씨가 '포스코 회장이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은 뒤 안 전 수석에게 그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안 전 수석에게 보고하라고 한 다음 날 (포스코) 회장이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최씨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이들 간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씨가 더블루케이를 지배했다는 게 명확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씨의 지시를 받고 안 전 수석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정 전 사무총장에 대한 증거에 대해 문제삼지 않다가 뒤늦게 부동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경재 변호사는 "혼란이 왔다"며 "조금 착오가 있었는데, 녹음 자체의 진정성 때문에 통화기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이건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증거"라며 "여러 차례 기회를 드리지 않았냐"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최씨 측 이 변호사에게 "계속 이렇게 하시면 증거조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전 사무총장에 대한 증거 능력은 재판부가 최후에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포스코는 실제로 예산 부족과 적자 경영 등을 이유로 46억 원의 비용이 드는 배드민턴팀을 창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열사인 포스코P&S를 통해 배드민턴팀 대신 16억 원을 들여 펜싱팀을 창단하기로 하고 더블루케이에 관리용역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