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꺼내든 오승환 카드' 김인식 WBC 야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11일 선수단 예비 소집 뒤 기자회견에서 오승환의 발탁 소식을 전하고 있다.(사진=노컷뉴스)
결국 '김인식 호'가 논란의 '오승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해외 도박 전력이 있는 오승환(35 · 세인트루이스)을 발탁하기로 하면서 성적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은 11일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선수단 예비 소집 일정을 소화한 뒤 기자회견에서 "양현종(KIA)이 빠지면 선발 투수를 뽑으려 했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오승환을 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승환은 28명 출전 명단에 포함됐다.
당초 오승환은 예비 50명 명단에도 없었다. 해외 도박 전력으로 받은 징계 때문이다. 오승환은 2014년 11월 마카오에서 4000만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형(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도 리그 복귀할 경우 한 시즌의 50%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도박 당시도 KBO 리그 소속이 아닌 일본 한신 소속이었다. 지난해 법적 판결을 받은 이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임창용(KIA)처럼 KBO 리그의 징계를 받을 수 없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징계를 소화하지 않은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이미 부상자가 발생해 최상의 전력이 아닌 대표팀에 오승환이 꼭 필요하다는 것.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에 추신수(텍사스)까지 이날 발탁이 무산된 가운데 오승환마저 빠지면 자칫 메이저리거가 1명도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오승환에 대해서는 많은 고심을 했다"면서 "그러나 전력이 약화가 됐고 오승환의 합류로 선발이 미흡하더라도 중간에 선수를 기용하기가 나을 것 같다는 코치진의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2006년 1회 대회부터 2013년까지 WBC에 모두 나섰다.
'뽑자' 선동열 코치(왼쪽부터), 김인식 감독, 송진우 코치, 김평호 코치, 김광수 코치 등 WBC 대표팀 코치진이 11일 예비 소집일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대표팀이 논란의 오승환 카드를 선택하면서 또 다른 부담도 생겼다. 2013년 1라운드 탈락에 대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오승환을 우여곡절 끝에 넣었으니 성적도 그만큼 내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항상 성적에 대한 부담은 있다"고 운을 뗀 뒤 "제일 중요한 것이 1차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우선 목표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선수 선발 과정에서 여러 일이 있었지만 우리 역시 나 자신부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1회 4강, 2회 준우승을 이끌었고,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을 견인했다. 자칫 승승장구해온 김 감독의 커리어에 이번 대회가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오승환을 뽑은 것은 핑계를 대기보다는 정면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이날 김 감독은 오승환의 강한 출전 의지에 대한 일화도 들려줬다. 김 감독은 "오승환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통화를 했는데 '선발이 된다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의 잘못이 해결이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오승환에게 '혹시 니가 뽑혔을 경우에 구단이나 MLB 선수 노조와 관계가 없겠느냐'고 물으니 '무조건 나가겠다. 구단에도 노조에도 발탁이 된다면 나가겠다고 통보하겠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WBC에서 헌신해 죗값을 치르겠다는 의지다. 사실 오승환으로서는 이미 MLB에서 인정을 받은 만큼 WBC 출전에 대한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게 야구계의 시각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과연 김인식 호가 꺼내든 오승환 카드가 '신의 한 수'가 될지 '독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