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회의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반성·다짐·화합 대토론회에 참석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1일 개최한 반성·다짐·화합 토론회는 사실상 '인명진표 인적청산'에 대한 당내 지지를 확인하는 행사였다.
친박 핵심 의원들이 불참한 토론회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적청산을 발판으로 한 당 쇄신 의지를 한층 더 강한 어조로 설명했고, 새누리당 의원 50여 명을 비롯한 참석자 대부분이 지지를 보냈다.
이날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 위원장은 시작부터 친박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는 "진박경쟁하지 않았느냐, 감별까지 하지 않았느냐"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깝게 갔던 사람이 무언가 같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게 인간의 도리가 아니냐"고 밝혔다.
"우린 범죄자가 아니"라며 인적청산에 강력히 반발하는 서청원 의원에 대해서는 더욱 날을 세웠다. 인 위원장은 "어떻게 죄인이 아니냐. 도둑질 한 것만 죄냐"며 "나라 잃게 만든 것, 국민들의 목소리를 못 듣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당이 어렵다면 책임을 져야지, 무슨 명예가 중요하냐"고 일갈했다.
인 위원장은 "인명진이 이기느냐, 서청원이 이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새누리당이 다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이겨야 한다"며 보수개혁이 지향점임을 설명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의원들 뿐 아니라 사무처 직원도 서 의원을 비판하며 인 위원장의 인적청산 시도에 힘을 실었다.
한 직원은 지난 7월 서 의원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정치인이 사퇴하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고 밝힌 점을 들며 "말씀하신 대로 아름답게 사퇴하시면 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서청원·최경환·윤상현·김진태·이장우 의원 등 '청산 대상'으로 집중 거론됐던 이른바 '진박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상 '진박 성토회', '인명진 토크쇼'나 다름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이 반발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객석의 야유에 묻혔다. 인 위원장은 '내분 대신 화합을 택하라'는 취지의 지적이 나오자 "내가 싸우러 왔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홍문종 의원 등도 마이크를 잡고 인적청산에 우회적으로 반발하며 '명예로운 퇴진론'을 폈지만,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당장 '징계카드'를 꺼내는 대신 '책임 여론'을 당내에 안착시키겠다는 비대위의 계획이 일단은 통한 모양새다.
당내 지지를 확인한 인 위원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에 따른 2차 탈당 기류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강공법'으로 대응했다. 그는 "또 사람을 따라 다니다가 망할 일 있느냐"며 "저는 반 총장이 오면, 지금 당신을 따라다니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서는 "쫓기는 상황에 놓였는데 여기에 또 총질을 해야하느냐"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