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는 다음에…' 미국 볼티모어 소속의 김현수가 11일 김인식 감독과 통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고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사진=노컷뉴스DB)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의 김현수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고사했다. 대표팀을 이끄는 김인식 감독은 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끝없는 악재에 고심에 빠졌다.
11일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는 WBC 대표팀의 예비 소집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발탁을 알리면서 추신수(텍사스)와 김현수 등 메이저리거의 대표팀 합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김현수가 WBC에 참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하지만 선수 본인에 물어본 결과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잠시 후 본인과 통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김현수는 꼭 데려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는 "볼티모어 구단 자체가 모든 선수에 대해 출전을 막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선수만 못 나가게 한다면 항의를 할 생각이다"라는 말로 합류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김 감독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김현수는 김 감독과 통화에서 WBC 참가에 대한 고사의 뜻을 전했다. 선수 본인이 직접 WBC 출전을 포기했기 때문에 김 감독 역시 김현수의 이름을 명단에서 지울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의 출전 포기는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겪을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2015시즌을 마치고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김현수는 적응에 애를 먹으며 스프링캠프에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7푼8리(45타수 8안타)로 부진하자 구단은 마이너리그행을 권하기도 했다.
포지션 경쟁자인 조이 리카드의 활약도 김현수의 입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여곡절 끝에 25인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지만 대타 출전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찾아온 작은 기회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적은 출전에도 꾸준히 존재감을 뽐내며 입지를 다진 그는 타율 3할2리 6홈런 22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힘든 시기를 겪은 터라 김현수는 시즌 전에 열리는 WBC에 참가하기보다는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주전 입지를 더욱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더군다나 볼티모어가 최근 외야수 세스 스미스를 영입해 김현수의 경쟁상대는 더 늘어난 상태다. 김현수에게는 스프링캠프가 더 절실한 이유다.
비난 여론은 감수하고 오승환을 발탁한 김인식 감독은 김현수의 고사로 또다른 걱정을 떠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