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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값 폭락해도 소비자가격 '요지부동'…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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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값 폭락해도 소비자가격 '요지부동'… 왜?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의 46%가 유통비용, 김영란법 시행 이후 되레 증가

    지난해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한우고기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이 송아지 입식을 늘리면서 한우 사육마릿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우고기 소비자가격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한우고기 유통 상인들이 수급 상황에 개의치 않고 폭리를 취하면서 가격인상을 부추겨 김영란법의 된서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한우 등심, 중간 유통 비용 급증

    우시장 모습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우 사육마릿수는 지난 2014년 2/4분기에 279만 마리까지 증가했다가 송아지 강제 도태 과정을 거쳐 지난해 1/4분기에는 248만 마리 수준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3/4분기에는 264만 마리로 증가했다.

    한우 사육마릿수가 가장 많았던 2014년 2/4분기에 산지 한우가격은 600kg 어미 소 1마리에 520만 원까지 떨어졌다.

    이 당시, 한우고기 등심(1등급) 1kg 도매가격은 4만5000원, 등심 소비자가격은 6만4700원 대로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차이는 1만9700원 정도였다.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의 30%가 중간 유통비용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한우 사육마릿수가 가장 적었던 지난해 1/4분기의 경우 산지 한우가격은 660만원으로 2014년 2/4분기 520만원에 비해 27%나 급등했다.

    또한, 한우 등심(1등급) 1kg 도매가격은 5만700원으로 2014년 2/4분기 보다 12.7%, 등심 소비자가격은 8만원으로 23.7% 각각 올랐다.

    단순 수치로는 산지 한우가격 상승폭이 등심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상승폭 보다 크기 때문에 한우 사육 농가들이 더 많은 이득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가 2만9300원으로 2014년 2/4분기의 1만9700원에 비해 1만 원 가까이 늘어나며, 전체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37%로 증가했다. 이는 중간에서 유통거품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김영란법 시행 이후 유통비용은 되레 증가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지난해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번에 처음 설 명절을 맞아 한우선물세트 판매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유통비용은 오히려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우 600kg 산지가격은 지난해 9월 28일 671만원에서 올해 들어 지난 10일 현재 584만 원으로 15%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우 등심(1등급) 1kg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5만6870원에서 4만3100원으로 무려 24%나 폭락했다.

    그런데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같은 기간 7만9389원에서 7만9892원으로 오히려 0.6%나 올랐다.

    자연히 등심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차이가 2만2519원에서 3만6792원으로 벌어졌다.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8.4%에서 46%까지 치솟았다.

    김영란법 적용 이후 등장한 소고기 메뉴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한우고기 중도매인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우고기의 중간 유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5만 원 이하 선물용 세트를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산지 소 값은 폭락해도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연동제와 같은 유통구조 개선책을 만들어도 현장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 엉성한 한우고기 유통시장, 수입산 소고기가 점령

    이같은 국내 한우고기 유통시장의 불합리한 가격구조는 곧바로 외국산 수입소고기의 시장잠식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10일 현재 호주산 소고기 등심(냉장)의 소비자가격은 5만180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 4만9800원 보다 4%정도 올랐다.

    이에 반해 국내산 한우고기 등심의 소비자가격은 7만989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올랐다.

    수입산 소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률이 한우고기 가격 상승률을 넘어선 것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백화점과 할인마트를 조사한 결과 올해 설날은 한우고기 사전 예약이 거의 없다”며 “작년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설 선물 시장을 호주와 미국산 수입소고기가 완전히 잠식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 수입소고기는 5만 원 이하로 선물세트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우리나라 한우처럼 등급표시가 명확하지 않아서 품질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설을 앞두고 한우고기 값이 오른 것은 선물용이 아니라도 국거리 등 기본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으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이 틈을 이용해서 수입 소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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