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귀국을 앞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이 당분간 특정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물겠다는 뜻이 전화통화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12일 "반 전 총장과 통화한 MB의 반응이 '아마 특정 당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더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설 연휴까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과 연대하거나 손을 잡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뜻을 MB에게 사전 통보하고 논의했음을 알려주는 정황이다.
반 전 총장 측은 당초 같은 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양숙 여사 등과 전화로 새해 인사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는 통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MB와의 새해 인사를 나눈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조직 기반이 없는 반 전 총장의 배후세력이 MB 측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로 인식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이 기존 여권의 새누리당 등에 입당하지 않겠다는 것은 제3지대에서 대선 선거연대를 위한 세 규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치권에선 김종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비문(非文),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제3지대를 반 전 총장이 손잡을 수 있는 세력으로 보고 있다.
반 전 총장 캠프 소속 이상일 전 의원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입당보다 빅-텐트를 선호한다는 통화 내용이 전해지면서 바른정당도 적극적인 영입 작업으로부터 일단 거리를 두면서 독자적인 대선 후보를 먼저 선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손으로 독자 후보를 만드는 것이 당면한 중대 목표"라며 "당의 주목도 및 지지도가 낮아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반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검증하는 작업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오는 24일 예정된 창당행사에서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주자들이 별도의 정견 발표를 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