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사진=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았으니까, 한국의 변혁을 더 겪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이라고 평가한 문 전 대표에게 불쾌한 감정을 내비친 것이다. 이날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한 반 전 총장은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늘 호강하며 남의 사정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생각"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세계를 다니면서 약자의 목소리가 되고, 약자를 보호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문 전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틀 전만 해도 "문 전 대표가 말한 데 대해 일일이 코멘트하고 싶진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기득권층'으로 몰리자 정면 반박에 나선 모양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대담집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해 "기득권층의 특권을 누려왔던 분"이라며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은 국민의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일갈했다.
반 전 총장은 사드 배치와 한일 위안부 협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세계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무시하고 계속 저렇게 나가는 나라는 없다"며 "사드가 공격용 무기가 아니고 순수한 방어용이기에 한국 정부가 한미 간 동맹관계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는 마땅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는 "합의가 소녀상 철거와 관련돼 있는지 내용은 모른다"면서도 "만약 관련돼 있다면 잘못된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일본이 제시한 10억 엔의 위로금이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는 기존 입장과 같은 발언이다.
한편 그는 박 대통령과 통화해 귀국 인사를 했다며 "상황이 그래서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용기를 갖고 대처하시라고 덕담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