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 기소)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을 정조준해 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날 오후 박 대통령과 함께 의혹의 맞은편 정점에 위치한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횡령·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에 대한 특검의 자신감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영장이 발부될 경우 앞으로 진행될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림수로 분석했다.
혐의 입증에 대한 특검의 자신감은 이날 오전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특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구속기소한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검은 "문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인 2015년 6월말쯤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고용복지비서관,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삼성 합병의 대가로 최씨 일가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의 지원금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는 충분한 증거들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 뇌물죄 입증에 문제없다고 공언해 온 특검이 동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맞게 됨에도,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뇌물죄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도 한결 쉬워질 수 있다. 매번 소환 요청을 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을 압박해 솔직한 진술을 끌어 내는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특수부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 상태로 조사 받는 것과 불구속 상태로 조사 받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구속이 되면 재벌 할아버지도 위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불러 조사할 수 있어서 여러가지 편의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기선 제압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특검이 삼성이 미르·K스포츠에 출연한 지원금을 대가성으로 본 이상, 재단에 출연금을 냈던 대기업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박 대통령에 총수 사면이나 기업 현안 문제 대한 민원을 제기한 의혹을 받고 있는 SK나 롯데 그룹 등은 삼성과 같은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을 뇌물로 봤다는 것은 출연금을 낸 모든 기업들의 대가성에 대한 수사를 하겠다는 특검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특검 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점, 또 다른 삼성 임원들과 진술이 엇갈리는 점 등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