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해 영화 '아가씨'로 여성 퀴어물이라는 장르에 도전해 상업적·비평적으로 주목받은 박찬욱 감독이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19일 오후 '영화, 좋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오동진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박찬욱 감독과의 대화가 라이브로 중계됐다.
박찬욱 감독은 시청자에게 새해 인사를 전해달라는 부탁에 "작년이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한 해였던 동시에 최상의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저도 광화문에 자주 갔었지만 광장에서 확인한 활력과 연대…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그런 연대, 어떤 쾌락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그런 고양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을 살면서 그런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국민이 얼마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올해 그런 열정과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그런 해를 만들어 가자"고 전했다.
◇ 박찬욱 영화에서 '멋진' 여성주인공이 탄생한 이유이날 페이스북 라이브에서는 최근작 '아가씨'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박 감독은 사회적으로 약자로 여겨지는 여성을 복수의 주체로 삼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두 편은 남자들이 복수의 주체여서 3번째 영화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가씨'는 (주인공을) 여자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강한 여성 주인공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고, 동성애 소재를 다뤄보고 싶었다. 그때 마침 '핑거스미스'라는 원작을 만났고 이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원작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1일 개봉해 42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아가씨'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박 감독은 "아무래도 여성주인공은 보통 상업영화들이나 대중문화에서 늘 소극적이고 약한 존재로 묘사된다. 여기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고, 벗어나면 큰 쾌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영화들이 상업적인 영화로 봐도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홍상수 감독과 '아가씨'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김민희의 불륜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사생활이라 제가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아가씨' 만드는 과정에서 (김민희는) 저와의 협업에서 언제나 헌신적, 협조적이었다. 자신만의 해석을 덧입혀 독창적인 연기를 했고, (불륜설 때문에) 구설이 많은 가운데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한 그런 배우로만 기억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최근 개봉작 중 흥행몰이 중인 '너의 이름은.'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의 고정된 성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수긍할 수 있는 비판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통이 원래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봤다. 약간 오그라드는 면도 있지만 아주 교묘하게 스토리를 잘 끌고 가서 재밌게 봤다"고 전했다.
한편, 박 감독은 적어도 2개의 영화 각본을 완성하는 것을 새해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