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와 문재인 전 대표(왼쪽부터/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한 뿌리로 하는 친노그룹 내 대권 후보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2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하고 나서면서다.
안 지사는 "링(경선) 위에 올라가면 문 전 대표와 세게 어깨싸움을 하겠다"며 공언한 바 있는데 ‘즉문즉답’ 형식으로 진행될 이날 대권선언에서부터 문 전 대표와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지지율에서 한참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안 지사 스스로 주장하듯 '저평가 우량주'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경우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노 지지기반이 크게 겹치기 때문에 당심이 한 번 출렁이면 급격한 표 쏠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원조 킹메이커의 부활이냐 뉴 킹메이커의 부상이냐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의 측근 그룹들은 '노무현의 남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상당하다.
'참여정부의 개국공신'들은 안 지사 주변에 집결해 '새로운 킹'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은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해 '새로운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안 지사의 주변에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서갑원 전 의원,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참여정부 탄생 주역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황이수 전 행사기획비서관 등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 50여명이 안 지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 경선 준비 총괄 역시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활동했던 백재현 의원이 맡고 있다.
반면 문 전 대표 곁에는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공보담당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의원, 참여정부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조윤제 서강대 교수 등만이 '원조친노' 자격으로 남아있다. 빈자리는 박원순 서울시장 측 인사로 꼽혔던 임종석 전 의원이나 정세균 국회의장 측 인사로 꼽혔던 전병헌 전 의원 등 비문(비문재인) 인사들이 채웠다. 경선 준비 역시 노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는 노영민 전 의원이 총괄하고 있다.
원조킹메이커들이 다시 정권을 창출하느냐, 새로운 팀워크로 뭉친 이들이 뉴킹메이커로 부상하느냐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경쟁을 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전 대표(자료사진)
◇사드‧군복무기간단축 등 전초전…2월부터 본격화두 사람의 본격적인 정책경쟁도 지켜볼 대목이다. 안희정 지사는 이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한반도 배치와 군 복무기간 단축을 비롯한 외교‧안보 이슈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안 지사는 "사드는 미군의 주둔 방어무기이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전략적 한미동맹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차기정부 재검토' 입장을 보였던 문 전 대표와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1년 단축' 주장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선거에서 표를 전제하고 공약을 내는 것은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설 연휴 이후인 2월 초,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포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고, 안 지사 역시 비슷한 시기 경제정책과 복지정책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어서 2월부터 두 사람의 정책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충남지사(자료사진)
◇'정권실세' 문재인과 '정권창출' 안희정의 참여정부 평가는?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도 두 사람이 미묘하게 갈리게 되는 부분이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지만 참여정부에서 아무런 직(職)을 맡지 못한 안희정 지사보다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을 맡으며 정권 운영에 직접 관여한 문재인 전 대표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 대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안 지사는 "과거와 조상 갖고 싸우는 것은 못난 후손들이나 하는 일"이라면서도 "앞선 시대에서 남긴 과제는 내 숙제"라고도 말해 참여정부에 대한 공과 평가를 회피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그러나 "참여정부의 방향(철학)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참여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모두 안 지사가 방어하는 처지는 아니"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의 공과가 있지만 공(功)이 더 많았고, 과(過)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검찰개혁 등에 대해서도 "참여정부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정권이 바뀌자 검찰이 과거정권의 행태로 되돌아간 것이 문제"라고 적극 옹호하고 있다.
다만 문 전 대표 역시 집권 당시 국정운영 과정에서의 한계를 반면교사 삼을 방안들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표면적으로는 방어하더라도 검찰개혁 등 미완의 개혁 과제들은 전지배치하는 방식으로 ‘참여정부 뛰어넘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물론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경쟁이 험악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두 사람은 ‘노무현의 국정운영 철학’이라는 큰 그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적대적‧배타적 관계는 아니”라며 “경선 과정에서 두 사람 중 누가 민주당의 후보가 되더라도 경선에서 진 후보가 이긴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