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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후보 먼저 챙긴다" 이상민의 '감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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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후보 먼저 챙긴다" 이상민의 '감독론'

    프로농구 전반기 1위 이끈 삼성 감독 인터뷰

    '최고 스타 출신이지만 소탈한 사령탑' 올 시즌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전반기 1위를 이끈 이상민 감독이 올스타 휴식기 중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한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45)은 자타 공인, 한국 프로농구(KBL)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그 이전 '농구 대통령'으로 군림한 허재 국가대표 감독(52)이 있었지만 KBL 출범 때는 살짝 전성기가 지난 무렵이었다.

    농구대잔치 시절 한국 농구를 이끈 허 감독에게 인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스타가 이 감독이었다. 기량은 허 감독이라도 인기는 이 감독이었다고 말하는 농구인들이 많다. 이 감독은 연세대 시절 농구대잔치의 마지막 불꽃을 일으켜 KBL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 시절 이 감독은 무려 9년 연속 최다 득표 올스타에 올랐다.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4번의 준우승 등 선수 경력도 화려했다. 대전 현대(현 전주 KCC)의 전성기를 견인한 이후 삼성으로 이적해와서도 2번이나 챔프전에 팀을 올려놨다.

    그런 이 감독은 혹독한 사령탑 데뷔 시즌을 치렀다. 2014-15시즌 지휘봉을 잡은 삼성은 힘겨운 과도기를 겪으면서 최하위(11승43패)로 추락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단 한번도 없었던 꼴찌를 했다"고 괴로워 했다.

    하지만 두 시즌 만에 이 감독은 얼마간 명예를 회복했다. 지난 시즌 5위에 이어 '2016-2017 KCC 프로농구'에서 당당히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했다. 22승9패, 승률 7할1푼으로 우승후보들을 제치고 선두를 지켰다.

    빠르게 바닥권에서 치고 올라오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마음고생도 적잖았다. 이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 중 진행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전반기를 마무리한 소회와 후반기의 각오, 그리고 스타 출신 사령탑 '이상민의 감독론'까지 살짝 드러냈다.

    ▲"전반기 1위 원동력? 후보들이 고생했죠"

    3년차를 맞으면서 이 감독은 시행착오를 적잖게 겪었다. 이 감독은 "첫 시즌 전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은 있었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부상 선수가 많아 오죽하면 센터 김명훈을 슈터로 돌렸겠나"라고 반문했다.

    지난 시즌 만회는 했지만 아쉬움도 적잖았다. 최강 외인 리카르도 라틀리프(199cm)와 당시 8억5000만 원 최고 연봉의 문태영(194cm) 등 울산 모비스 3연패 주역들을 데려온 삼성이었다.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PO)에는 나섰지만 아쉽게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 감독은 "가드진이 약할 것으로 봐서 단신 외인을 뽑았는데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착오를 시인했다.

    3번째 시즌을 맞아 이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KCC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태술(180cm)을 데려왔고, 뚱뚱한 외인 마이클 크레익(188cm)을 택하는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는 대성공. 김태술은 서말이던 삼성의 구슬들을 꿰었고, 크레익이 마침표를 찍었다. 슈터 임동섭(198cm)이 부상에서 돌아온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 감독은 전반기 1위의 원동력으로 주축 선수들을 꼽지 않았다. 오히려 벤치에서 더 많이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을 언급했다. 이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다 잘했지만 이관희나 이동엽 등 백업 멤버들이 주전들의 공백을 잘 메워줘서 1위를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학창 시절부터 최고 스타로 군림했던 이 감독이었기에 다소 뜻밖의 대답이었다.

    '너희들이 강해야 진짜 강팀' 삼성 이상민 감독이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벤치 멤버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긴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이 감독은 "물론 주축 선수들의 공이 크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이들은 그만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라고 강조했다. 높은 연봉과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는 만큼 당연히 성적을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이 감독은 "베스트 멤버 5명으로 경기를 모두 소화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을 잘 메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전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는 식스맨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

    여기에 벤치 멤버들의 설움을 아는 이 감독이다. 짧은 시간 동안 팀을 위해 헌신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벤치 멤버로 뛴 적은 별로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비시즌 동안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몸도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실책을 하면 바로 교체되는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학창 시절부터 이 감독은 팀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한 농구 관계자가 귀띔한 일화에서 드러난다. 90년대 초반까지 대학 농구는 선후배 사이에 서슬푸른 군기(?)가 지배했다. 때문에 농구를 그만두려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이 감독의 연대도 마찬가지. 특히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은 더 견디기 힘든 시절이었다. 떠나려는 후배들을 이 감독은 "내가 4학년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다독였다. 당시 이 감독의 후배였던 모 관계자는 "정말 상민이 형이 있었기에 그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스마트한 외모 덕에 냉정해 보이지만 가슴이 따뜻한 남자, 이상민이다.

    ▲"명장(名將)? 선수들이 만드는 거죠"

    그래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이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팀 플레이다. 아무리 잘 해도 1~2명이 하는 농구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 감독은 "전반기 막판 팀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면서 "그때 선수들이 5대5가 아닌 1대1 농구를 했는데 그래서 흔들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대한 선수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이 감독은 "아무리 작전이 좋아도 이를 구현하는 것은 선수들"이라면서 "큰 틀에서 맥만 짚어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크레익도 이 감독에 대해 "안 되는 부분을 다그치기보다는 왜 안 되는지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유도를 한다"고 평가했다.

    '명장(名將)은 선수들이 만든다'는 것이 이 감독의 지론이다. 하긴 최희암 연세대, 신선우 KCC, 안준호 삼성 등 전 감독들을 숱하게 명장 반열에 오르게 한 공신이 이 감독이다.

    그러나 훈련만큼은 철저하다. 실전은 맡겨도 훈련은 양보하지 않는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의 장점은 라틀리프의 엄청난 활동량"이라면서 "뛰는 라틀리프에게 주는 패스를 제대로 할 줄 하는 선수가 김태술, 주희정 외에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런데 선수들이 훈련 때 패스 미스가 나오니까 시도를 하지 않더라"면서 "그래서 '지금 안 되면 경기 때도 안 된다'고 강조해 실패를 반복하게 했더니 그나마 지금은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삼성 이상민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경희대와 평가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 감독은 "우승을 한 것도 아니고 시즌 중반을 겨우 지났을 뿐"이라면서 "감독 3년차에 이제 겨우 경험이 쌓이고 있다"고 냉정하게 자평했다. 이어 "경기 중 작전 타임을 부를 시기를 정하는 게 힘들더라"면서 "경기 중 얼굴이 벌개지고 흥분하는 것도 아직 경험이 없어서일 것"이라고 웃었다. 또 "선수들을 키우고 발굴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는 절반도 채 오지 못했다.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1998-99시즌 현대 시절 농구를 이상적으로 본다"면서 "조니 맥도웰의 골밑, 재키 존스의 아웃렛 패스에 추승균, 조성원 등이 달려주는 빠른 농구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재 삼성은 스윙맨들이 달려주는 게 살짝 부족하다"면서 "이상적 농구의 50% 정도 왔다고 해야 할까"라고 말했다.

    전반기 1위를 했지만 후반기를 앞둔 이 감독은 신중하다. 일단 시즌 목표는 4강 플레이오프(PO) 직행이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 6강 PO에 올랐으니 올 시즌에는 한 단계 높여서 4강 PO에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현과 이대성이 가세하는 울산 모비스나 고양 오리온, 안양 KGC인삼공사 등의 기세가 좋아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 감독은 25일 대형 신인 이종현(203cm)이 데뷔하는 모비스 원정을 치러야 한다.)

    물론 우승은 당연한 목표다. 이 감독은 "농구를 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단계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일단 PO에 간다면 승부를 걸어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들을 믿고 맡기면서 벤치 멤버들을 먼저 생각하는 스타 출신 이 감독. 올 시즌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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