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2일 개헌 세력을 모으기 위한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출범시키며 한국 정치의 새 판을 짜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아무런 당적이 없는 가운데 제3지대에서 세력화의 깃발를 올린 손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측이 동시에 손짓하고 있어 연대 가능성이 주목된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관에서 6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립대회를 열었다.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구체제의 청산과 신체제 건설에 앞장서는 개혁의 전사(戰士)가 될 것"이라며 "신체제 건설에 동참하겠다는 모든 개혁세력을 하나로 모으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과 한국 정치의 새판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누리당 잔존세력은 한국 정치의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야권에도 혁파해야 할 기득권 세력이 있다. 당의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지극히 폐쇄적으로 당을 운영해온 민주당의 패권세력은 새누리당 세력과 더불어 구체제의 한 부분"이라고 말해 친문(친 문재인) 진영을 정면 겨냥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선은 구체제를 연장하려는 기득권 세력, 패권 세력 대(對) 신체제를 건설하려는 개혁 세력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개헌은 제7공화국을 이루는 수단"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고 승자독식과 양당 담합으로 유지되는 양당체제를 다당체제와 합의제 민주주의로 바꾸는, 대한민국의 기본 틀을 바꾸는 개헌이 아니고는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개헌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다당제에 의한 연합정부, 연립정부에 의한 합의제 민주주의에서만 당면한 국난을 해소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번 대선이 현행 헌법에 의해 치러지면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고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주장해왔던 그는 "차기 대통령은 개헌이 효력을 발생할 때까지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헌법에 의해 정권을 물려주면 된다. 그 임기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2020년 6월까지, 3년이면 될 것"이라고 말해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손 전 대표는 "동지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판을 짜고 제7공화국의 꿈을 이루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에게 짐이 주어진다면 저부터 피하지 않고 감당하겠다. 구체제를 청산하고, 신체제를 건설하는 시민혁명을 완수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대권 도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등 야당 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손 전 대표 영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박지원 대표는 축사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왔고 검증도 끝난 손 의장은 국민의당으로 와야 할 첫번째 분이며, 손학규와 함께하는 국민주권개혁회의는 그 첫째 세력"이라고 손짓했다. 광주 일정으로 불참한 안철수 전 대표도 영상을 통해 축하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이상일 전 의원을 통해 축사 메시지를 전했다. 다만 이 전 의원은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 달라"며 선을 그었다.
손 전 대표는 조만간 자신이 규합한 주권회의 세력과 함께 국민의당에 들어가 힘을 합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제3지대에 남아 김종인 전 대표 등 개헌파들과 함께 다른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