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 현안과 향후 계획을 밝혔지만, 기존 입장을 사실상 되풀이하거나 딱히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는 평가다.
때문에 일각에선 황 권한대행의 이날 기자회견이 대권 출마를 저울질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주요 국정방향으로 확고한 안보·경제회복·미래성장동력 확보·민생안정·국민안전을 꼽았다.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안보역량과 한미공조를 토대로 북한의 도발을 단호히 응징할 수 있는 강한 안보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대책이나 복지대책에 대해서도 기존에 수차례 발표됐던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해결책보다 '노력하겠다'거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의 발전과 북핵 문제 대처, 경제통상관계 발전 등을 위한 정책 공조를 차질없이 본격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질문에는 "불가피한 사항이며 중국에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하겠다"고 했고,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인한 한일 갈등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루트로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성 조치가 연일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한편, 한일 갈등이 지속되면서 일본 대사와 총영사의 귀임이 늦어져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해결책없이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황 권한대행의 회견은 오히려 답답함만 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황 권한대행은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생각이 없다)"는 말로 이후 상황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권한대행으로서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면서 거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나중에는 대권 도전을 고려해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고 어려운 국정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정상화뿐 아니라 우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일에 전력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발언에 비춰 조심스럽지만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달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에선 출마 가능성 자체를 아예 부인했다.
결국 이날 발언은 범여권 대선주자 중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에 대한 정치권의 기대감만 더욱 높인 셈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권한대행으로서 신년 기자회견을 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본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과도기 체제의 국정 운영에서 정무적 판단을 하는 듯한 형식의 기자회견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안정을 위한 것이었더라도) 현 시국과 상관없는 '나홀로 이야기'가 많았다. 오늘 회견을 보고 보수 진영에서는 '황교안이 출마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당도 "대통령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나"라며 즉각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의 신년 기자회견은 말만 번드레했지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 속 빈 강정같은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정책 목표에 가까운 하나마나한 내용이었고, '노력하겠다' '힘쓰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도대체 이런 부실하기만 한 기자회견을 왜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