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차은택 씨가 "내가 작성한 문서에 적힌 특정 문구를 박근혜 대통령이 똑같이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차 씨는 23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내용 문서를 최순실 씨에게 정리해 보냈다"면서 "얼마 뒤 내가 문서에 쓴 특정 문구를 박근혜 대통령이 대수비에서 그대로 사용해 굉장히 민망했다"고 밝혔다.
차 씨는 그러면서 "내가 한 이야기를 (박 대통령이) 똑같이 하는 것을 보고 (최씨를 통해 국정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대수비'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차 씨가 최 씨에게 전달한 문구는 '콘텐츠가 좋은 기업은 국내 대기업이 투자해서 사가고, 그 보다 훌륭한 기업은 구글이, 그 이상의 수준은 중국의 알리바바가 사간다'는 내용이었다.
차 씨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시절 공무원들과 했던 사업취지를 최 씨 요청으로 A4 한장 정도로 정리해 줬는데,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위의 문구를 그대로 발언했다는 게 차 씨의 진술이다.
차 씨는 이같은 사실을 함께 일했던 공무원들로부터 듣고, "민망했다"고 했다.
차 씨는 최 씨가 직접 사무실 데스크톱을 통해 수시로 국무회의록을 수정했다고도 밝혔다.
차 씨는 "사무실이 작다보니 최씨가 자리를 잠시 비울 때 데스크톱 모니터를 직접 볼 수 있었다"면서 "모니터를 보면 '몇 회 차 국무회의 회의록' 같은 내용이 보였고, 늘 그런 것들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최 씨가 컴퓨터를 이용해 말씀자료 등을 수정한 게 청와대에 최종반영 됐느냐'는 대통령 측 질문에 차 씨는 "그렇다. 그렇게 짐작한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