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1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 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2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인기드라마 '도깨비'를 꺾고 실검(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5시간 즉문즉답' 형식으로 유투브, 페이스북, 트위터로 생중계된 대선 출마 행사가 예상보다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대학로 소극장을 빌린 안 지사는 채팅 화면을 띄워놓고 인기 프로그램 '마리텔'처럼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답했다.
편안한 복장으로 농담도 주고받고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 등 진솔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독특한 대선 출마 선언으로 자연스럽게 '젋다', '다르다'는 이미지가 부각됐다. 실제 안 지사의 정치인 경력은 30년이지만 올해 53살(65년생)로 주요 대선 주자들 중 가장 젊다.
생중계를 지켜본 직장인 여성 김모씨(32 고양시)는 "쉬는 날 우연히 접속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끝까지 봤다"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기존 정치인보다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경쟁 정당인 국민의당 김영환 최고위원도 "솔직히 부러웠다"고 평하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 사옥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54살로 안 지사보다 1살 위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23일 대선출마 장소로 자신이 어린시절 일했던 시계공장을 택했다.
이 공장에서 10대 시절 시계판을 염색하다 후각을 잃어 음식 냄새를 맡지 못하는 이 시장은 출마 선언문에도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담담히 나열했다.
프레스에 팔이 끼는 등 수차례 산재를 겪어 장애인이 되고,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했던 그는 '최초 빈민 소년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출마 당시 흑인으로서 어렵게 성장한 자신의 과거를 미국의 미래와 연결지은 것처럼 국가 개혁의 적임자를 강조한 것.
이 시장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론사 '마크맨'(담당)들끼리 일정 등을 공유하기 위한 단체 채팅방에도 직접 참여해 그때그때 입장을 밝힌다.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체회의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모병제 전환, 전시작전권 환수 등 안보 관련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범여권에서는 올해 53살로 안 지사와 동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행보가 눈에 띈다.
남 지사는 야권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면서도, 안희정 지사와 청와대 세종시 이전 공약을 함께 내놓고 연정을 시도하는 등 정파를 뛰어넘는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지난 대선 때도 주자들은 출마 장소를 다양화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소통'을 강조하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수형생활을 했던 서대문 독립공원을 출마 장소로 택했으며 손학규 후보는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소통'을 강조했던 박근혜 후보는 결국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가 얼마나 허상인지를 보여주는 나쁜 사례가 됐다.
반면 이번 대선의 50대 젊은 기수들은 외형적 시도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소통에 능하고, SNS를 통해 대중들과 적극 소통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인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의 여망이 있기 때문에 '세대 교체론'이 핵심 프레임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실시간으로 대중과 적극 소통하고,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50대 기수들의 성향은 그 자체로 세대간, 이념간 간극을 메구고 정치 문화를 바꾸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