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녀상 과잉 조치·比대통령, 한인살해 책임 경찰청장에 '면죄부'전문가 "탄핵국면에 한국 얕잡아보는 측면 감지돼…상황 관리 필요"
최근 잇따르는 각국의 외교적 도발과 결례에 대응하는 우리 외교부의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단호하지도, 영민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간 소녀상 문제에서 주한대사를 일시 귀국시키고,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하는 등의 일본 정부 대응은 과도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정상 공백 상황을 고려한 외교 공세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외교부도 작년 말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의 사전·사후 대응에 모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부산 소녀상 문제에 언급,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런 입장이라면 일본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범정부 논의를 주도해 설치 단체를 설득하거나 일본이 강경 보복에 나서지 않도록 외교적으로 단도리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외교부는 양쪽 모두에 실패한 셈이었다.
또 한국인이 작년 10월 필리핀 경찰관에 의해 납치돼 경찰청 안에서 살해된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도 필리핀의 외교적 결례와 한국의 단호한 대응 부재가 겹쳤다.
필리핀 경찰관의 개입이 확인된 지난 17일 이후 김재신 주 필리핀 대사가 외교장관, 경찰청장, 검찰총장, 국가수사국 국장 등을 면담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필리핀 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 등으로 항의하는 선에서 우리 정부는 1차 대응을 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델라로사 경찰청장의 생일 파티(21일)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되고, 청장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피력하는 등 이후 필리핀 측 대응은 한국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됐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우리 외교부가 한층 단호하게 대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 대만에서 발생한 현지인 택시기사에 의한 한국 여성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23일 주한대만대표부 부대표에 유감을 표명한 외교부 당국자는 대표부 측 요구를 수용, 외교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부대표를 만나 구설에 올랐다.
작년 기준으로 연간 80만 명 이상의 한국 관광객이 찾는 대만에서 벌어진 사건임을 고려할 때 재발방지를 위한 단호한 입장을 전하는 형식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24일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일부 국가들이 한국을 얕보는 듯한 측면이 감지된다"며 "국내 정치의 안정 없이는 제대로 외교적 대응을 하기 어려운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우리가 외교적으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외교·안보 라인이 중심을 잘 잡고 탄핵 국면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