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자유총연맹에 대한 '관제 데모' 의혹 보도에 대해 청와대 측이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 의혹 보도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일과 맞물려, 청와대의 대언론 강경기조가 엿보인다.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행정관은 24일 "자유총연맹 관계자에게 역사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를 지시한 바 없다"면서 관제 데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자의적 해석에 의한 왜곡보도를 우려한다.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자유총연맹을 상대로 청와대가 '국정교과서 찬성' 관제 데모를 기획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뉴시스 보도에 대한 반응이다. 허 행정관은 지난해에도 우익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관제 데모 의혹을 보도한 시사저널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박 대통령 측 황성욱 변호사가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민·형사 소송 제기를 선언했다. 보도 내용은 '박 대통령이 2014년 5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특검 수사에서 등장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불리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법적 대응 카드를 뽑아온 '전통'이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청와대의 언론 상대 법정다툼은 10건이 훌쩍 넘는다.
특히 현재 구속돼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지만 미행 의혹', '청와대의 불통 기조', '세월호 참사 어린이 유족 동원 논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등 각종 청와대 보도에 소송으로 맞섰다.
이같은 대언론 기조에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녹아들어 있을 공산이 크다. 앞서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끝까지 밝혀내 본때를 보여야" 등 특정 언론에 대한 청와대 수뇌부의 회의석상 언급이 담겨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대통령부터 하급 행정관까지 청와대는 집단적으로 이성을 상실한 게 아닌가 싶다"며 "자신들의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국민과 언론 탓만 한다. 모든 비판은 허위로 매도하고, 국민은 언론에 속아 넘어가는 단순한 존재로 여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불리한 보도 뿐 아니라, 불리한 수사결과에도 법적 대응을 선언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20일 자신을 '최순실 공범'으로 규정한 검찰 발표가 나오자, 박 대통령은 대변인의 입을 빌어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가릴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논란을 매듭짓자"고 주장했다.
결국 '헌법상 절차'인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개시된 상태다.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 측은 치밀한 법리논쟁보다는 '색깔론 제기'나 '시간끌기' 등 비본질적 다툼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