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된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화를 훼손했다. (사진=김수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가 국회에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4일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그림을 파손해 경찰에 연행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 여성의원들은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나섰고, 국민의당 여성의원들도 민주당에 당 차원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표창원 의원 주최로 열린 시국비판 풍자 '곧, 바이' 전시회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박근혜 대통령의 누드 풍자화를 두고 중·노년 남녀 20여명이 몰려들어 격렬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
이들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수단체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회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화를 그린 이구영 작가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훼손된 작품을 직접 들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수영 기자)
이중 몇몇은 해당 그림을 집어 던져 액자를 부수고 내동댕이치는 등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한 남성은 "(이런 그림을 만든 사람들은) 나쁜 xx들이 아니냐"며 국회 관계자들을 향해 "뭐 이런 것을 (전시하도록) 놔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남성은 격앙된 어투로 "대한민국을 짓밟고 있는데 보고 있었냐? 세계의 망신이지 뭐냐"며 "표창원 방이 어디냐? 찾아가서 박살을 내겠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앞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여성의원 11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창원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라며 "표 의원은 전시 내용에 대해 여성은 물론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 전시를 철회해야 한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국민의당 여성의원 8명도 성명서를 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자칫 여성 대통령, 여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성적 대상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며 "여성 정치인을 향한 혐오적 풍자 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민주당의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고, 국회 사무처에 그림을 철거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풍자 '곧, 바이展'에 참석한 작가들이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화 훼손에 대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수영 기자)
그런데도 폭력사태라는 불상사가 발생하자 전시회 참여 작가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작가들은 "이 전시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와 풍자인데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여성 비하를 운운하며 박근혜‧최순실 정권을 비호하지 말라"며 "진실을 왜곡하지 말고 예술가들의 작품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은 대통령 만들기에 혈안이 돼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예술가들의 창작전을 후원한 표창원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해당 그림을 그린 이구영 작가는 "작가들의 예술‧창작의 자유가 폭력적인 행위로 훼손됐다"며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개탄했다.
'여성비하적 작품'이라는 일부 여성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의도로 작업한 것은 결코 아니"라며 "마네가 작품(풍자화의 원작인 올랭피아)을 발표 할 때도 파격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논란이 됐는데 (나는) 이 작품을 현재 시점에 맞춰서 적절히 패러디한 작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표창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예술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책임을 져야한다면 지겠다"면서도 "허위사실이나 사실 왜곡에 기반 한 정치공세는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