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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최순실의 민주투사 코스프레…의도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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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농단' 최순실의 민주투사 코스프레…의도는 뭘까

    • 2017-01-25 17:22

    특검 공정성 트집잡으며 '묵비권 행사' 명분 쌓기

    ‘국정 농단’의 장본인 최순실(61)씨가 2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주범인 최순실 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정신적 충격'(최 씨의 특검 소환 불응 이유)을 주기에 충분했다.

    국정농단의 주범이 오히려 고개를 꼿꼿이 들며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민주투사 코스프레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6차례나 특검팀의 소환에 불응하자 25일 결국 강제 구인된 최 씨는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더니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어린 손자까지 멸망시키려고 그런다",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라며 목청껏 고함을 질렀다.

    ◇ 느닷없는 '민주주의' 외침…특검에 '공안' 이미지 씌우기

    ‘국정 농단’의 장본인 최순실(61)씨가 2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수의 차림으로 포승줄에 묶인채 느닷없이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조사실로 향하는 최 씨의 모습은 과거 민주화 운동 도중 체포된 민주 투사를 방불케 했다. 일각에서는 "혹시 정말로 제정신이 아닌 게 아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같은 최 씨의 느닷없는 행동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이는 자신이 특검에서 취할 저항적 묵비권에 대한 명분을 보여주거나 박근혜 대통령 지지세력의 결집을 위한 것"이라면서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김칠준 변호사는 "(최 씨의 행동은) 할 말이 없거나 거짓이어서 어쩔 수 없이 입을 닫는 게 아니라,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일삼는 특검에 대한 '저항'으로써 묵비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내다봤다.

    이런 행동은 특검에 '공안검찰' 이미지를 덧칠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피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크게 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잘못을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없어서, 두 번째는 해명 못해서가 아니라 부도덕한 정권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한 '침묵'이다. 소위 공안 시절 양심범, 민주화 운동가들이 후자에 속한다.

    '묵비'라는 것은 일종의 소극적인 '시인'으로도 볼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공안 사건에서 양심범들의 묵비는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가혹하고 부도덕한 정권의 탄압에 저항하기 위해서 나는 묵비한다'는 일종의 '명분 세우기'란 것이다.

    김 변호사는 "양심범들과 최 씨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고, 민주화 투쟁의 일환으로 얻어진 성과들을 최 씨 등이 활용한다는 것은 탄식할만한 일이지만 본질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 댓글 사건 때 증거부동의도 마찬가지"라면서 "지금 그들의 대응 방식은 80년대 정당한 싸움을 위해 했던 옛날 공안 사건의 변론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최 씨의 민주 투사 코스프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측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다분히 의도가 있는 행동"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민주화 시절을 겪은 한 변호사는 "학생운동 당시 행동지침이 '끌려가더라도 처절하게 끌려가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는 남은 세력을 감성적으로 뭉칠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 역시 "최 씨의 행동은 국민들에겐 전혀 통하지 않겠지만 박 대통령을 비롯한 극소수의 자기편들에게는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들만이라도 돌아서지 않게 하기 위한 계산된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극소수 지지세력 결집 의도" 고단수 정치행위 분석도

    ‘국정 농단’의 장본인 최순실(61)씨가 25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또다른 변호사는 최 씨의 이런 행동이 박 대통령의 특검 대면조사를 앞둔 '고단수 정치적 액션'으로 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이미 대선구도에 접어들면서 일부 정치 세력들은 특검 수사를 대선 전초전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 수사가 범죄자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야당 정치인 당선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심어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 가려는 노림수라는 설명이다.

    그는 "박 대통령도 특검 조사받기 전, 아마도 특검의 강압 수사나 편향적 수사 등에 대한 성명을 낼 것"이라면서 "지금 박 대통령이나 최 씨에게는 국민들의 공분은 조금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을 이었다.

    "특검 파견 검사가 삼족(三族)을 멸하고 손자까지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고 말했다"며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의 주장 역시 일관되게 특검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했다.

    특검팀은 이같은 최 씨의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면서 "근거 없는 주장에 개의치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금까지 최 씨의 행동을 봤을 때 근거 없는 트집을 잡아 특검 수사에 흠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경제 공동체란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봐서도 미리 진술을 준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씨가 묵비권 행사하더라도 행사하는 그대로 조서를 작성하면 되기 때문에 조사에는 전혀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늦어도 내달초까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변함없이 고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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