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3월 탄핵심판 선고' 선언으로 2월 중 변론 종결을 공식화하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월초 대면조사'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2월 위기'를 눈앞에 두게 됐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25일 변론을 주재하면서 "3월 13일 전에 탄핵심판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리가 충분히 성숙됐다면 변론절차를 종결해서 2월 초라도 선고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다.
향후 헌재 변론일정이 2월9일까지 잡힌 가운데 박 대통령 측 추가신청 증인들 대상 심문을 감안해도 2월 중에는 변론 절차가 종결될 수 있다. 그 뒤 헌재가 재판관회의에 들어가면 선고일까지 박 대통령 측에서 취할 '법정 대응'은 사실상 없다.
특검은 이날 "늦어도 2월 초까지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압수수색을 하면 증거인멸 여부를 확인 가능하다"면서 청와대 압수수색 의지까지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2월 중 특검의 강제수사를 당하는 동안 무방비 상태로 헌재의 심판에 내몰리는 '이중 압박'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헌재는 정국 혼란을 하루빨리 수습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도 수사기한 연장을 상정하지 않은 채 활동한 이상, 심판과 수사 모두 2월에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 정면 대응하되, 아직 '당면한 위협'이 아닌 특검에는 다소 협조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분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론 과정에서는 '불공정 심리'라며 "중대한 결심"에 나설 수 있다고 재판부를 위협하기도 했다.
'재판부 불신임' 선언에 가까운 초강경 대응의 목적은 심리 지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 공석을 채워 3월 이후에도 심리를 이어가겠다, 여차하면 변호인 전원 사퇴 결심으로 후임 변호인단의 구성·심리준비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장 임명에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여소야대'의 의석 분포상 대리인단 논리가 관철될 수 없다. 또 전원 사퇴 카드도 업무 연속성 단절, 거듭된 지연전술에 따른 재판부 및 여론의 불신 자초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특검 수사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유화적 의사를 밝혔다. 특검과 청와대 측은 관련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원칙적으로 경내 진입은 불가능"이라며 특검 압수수색에 청와대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고, 대통령 조사일정 관련 조율이 원만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어 양측의 대치가 격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