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권주자로서 기대만큼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대안주자론'도 흘러나온다.
'1일 1사고'라는 말로 요약된 민생행보에 이어 '제 3지대 구심점'을 목표로 한 정치행보에도 손에 잡히는 성과가 나오지 않자 다른 후보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안주자론의 연결고리인 '반풍(潘風)의 약세'는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문화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 지난 23~24일 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31.2%)의 절반 수준(16.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국 전까지만 해도 경합 구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하락세다.
이런 기류와 맞물려 새누리당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름도 공식 거론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5일 "황 대행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여론조사로도 그런 수치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선에 출마할 자유가 있으니 그런 여지에서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사실상 황 대행의 출마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실제 황 대행은 같은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 이재명 성남시장에 이어 대권주자 지지율 4위(7.9%)를 차지했다. 범여권 후보로서는 2위로 올라선 것이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뭉쳤던 보수층의 균열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황 대행은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라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지만 사실상 대선주자를 방불케 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쪽방촌과 군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생계형 수형자 880여 명에 대한 집단 가석방을 지시하면서 민생과 안보 행보를 병행하는 모양새다.
다만 황 대행을 둘러싸고는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그를 주자로 내세운 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의심섞인 시각도 뒤따른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자료사진
반 전 총장의 약세에 반해 탄력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주자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다.
보수개혁의 깃발을 든 유 의원의 최근 지지율은 아직 한 자리수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 보수진영의 대선후보로는 반 전 총장을 제치고 가장 적합한 후보로 조사됐다.
바른정당 내 후보 적합도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안정성과 확장성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범여권 주자인 만큼, 새누리당 내에서도 "정책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와 만나면 압도할 것", "리더로서의 정치적 소신을 갖췄다"는 긍정평가가 나온다.
유 의원은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본격적으로 경쟁에 돌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