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사진=한화 제공
김성근(75) 한화 이글스 감독이 '3개월의 침묵'을 깨고 강렬한 한마디를 던졌다.
"이제 내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25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만난 김성근 감독은 "한화가 '프런트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3개월 동안 가만히 지켜봤다. 팀을 위해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뗀 후 "질타받을 각오를 하고, 전면에 나서겠다.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박종훈(58) 단장을 영입하며 보도자료에 '김성근 감독은 1군 사령탑 역할에 집중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김 감독의 '권한 축소'를 암시한 문장이었다.
김 감독은 "야구인 단장을 환영한다. 함께 강한 팀을 만들자"고 '환영사'를 했다.
3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코칭스태프 영입과 외국인 선수 선발 등을 프런트가 주도했다. 김 감독은 여기까지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 감독이 생각하는 '현장과 프런트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장의 바람이 무산되는 일도 잦아졌다.
결국, 김 감독은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프런트와 싸우자는 게 아니다. 현장의 일, 프런트의 일을 서로 잘 해나가자는 의미"라고 강조하며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지금 분위기로는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없다. 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야구는 공 하나에 집중하며 하나가 되는 스포츠다. 그런데 지금 우리 팀은 야구공 3∼4개를 보고 뛰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화가 '프런트가 주도하는 야구'를 선언하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선수단에서는 "최근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는 말도 나왔다.
김 감독이 확신하게 된 계기도 있다.
국외에서 개인 훈련을 하던 한화 주요 선수가 최근 몸에 이상을 느꼈다.
보고를 받은 김 감독은 의료전문가를 해당 훈련지로 보내 선수의 몸 상태를 살피고자 했다. 김 감독의 지시에 구단 눈치를 보는 이가 있었다.
김 감독은 "내가 책임진다. 선수의 건강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 바로 움직여야 한다"며 의료전문가의 비행기 티켓 등을 자비로 샀다. 이를 파악한 구단은 "구단 비용으로 처리하겠다"고 전해왔다.
김 감독은 "내가 직접 움직이면 일에 속도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 현장 일은 내가 챙겨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프런트의 영역'까지 침범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을 해임하는 것도 프런트의 권한이다. 그건 프런트의 결정에 따른다"고 강경 발언을 하며 "현장에서 감독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나는 야구를 하고자 한화에 왔고, 한화는 '내게 야구를 하라'고 3년 계약을 했다. 최근 3개월은 내게 '야구하지 말고 쉬라'는 의미였다"고 곱씹었다.
이어 "현장은 전투부대다. 나는 선수단과 함께 그라운드 위에서 전쟁해야 한다"며 "프런트의 미덕은 확실한 지원"이라고 현장과 프런트의 경계를 확실히 했다.
김 감독의 발언은 프런트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김 감독은 "프런트와 사이좋게 지내면 나도 마음 편하고 좋다. 하지만 웃으면서 꼴찌 하는 것보다 치열하게 한 시즌을 보내고 마지막에 웃는 걸 원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팀을 위해 지도자 생활 50년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특유의 위트를 섞었다.
"논란은 생기겠지. 그래도 한화의 야구를 위해서 말할 때가 왔어. 김성근이 돌아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