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생활하던 '두만(15살)
지난 1921년을 마지막으로 백두대간에서 사라졌던 백두산호랑이가 100여 년 만에 다시 백두대간 품으로 돌아왔다.
◇ 동물원에서 생활하던 백두산호랑이 2마리…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방사
산림청은 백두산호랑이 수컷 2마리가 25일 경북 봉화군에 조성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호랑이 숲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들 호랑이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생활하던 '두만(15살)'과 대전 오월드에 있던 '금강(11살)'이로 한중 산림협력회의를 통해 산림청이 중국에서 기증받은 호랑이다.
예민하기로 유명한 호랑이를 다른 시설로 이송하는 작업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수의사와 사육사들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무진동 항온항습 차량에 오른 두만이와 금강이는 시속 70여㎞의 속도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1시간마다 15분씩 휴식을 취하며 고속도로를 달린 끝에 이날 오후 늦게서야 백두대간수목원에 도착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이송이 의미 있는 것은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백두산호랑이를 백두대간 숲에 처음 방사하고,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라며 "안정과 적응 훈련을 거친 뒤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림청은 향후 유전형질이 우수한 호랑이 십여 마리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호랑이 숲'은 국내에서 호랑이를 전시하는 가장 넓은 곳(4.8㏊)으로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으로 만들어졌다.
아직 조성이 진행 중인 상태로, 조성이 완료되면 기존 동물원 우리에 갇힌 호랑이(전국 동물원에 50여 마리 사육) 대신 숲 속에서 뛰노는 백두산호랑이를 만나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립수목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진료와 사육환경을 갖추고 24시간 관리체제로 호랑이를 관리하고 보존할 계획이다.
한편, 호랑이 숲이 있는 산림청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아시아 최대 규모인 5179㏊로 조성된 전시·연구·휴양 기능이 복합된 새로운 개념의 수목원으로, 지난해 9월 임시 개관했으며 운영 상태 점검 후 올해 정식 개장될 예정이다.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백두산호랑이
◇ "백두산호랑이, 다시 한반도로 돌아 올 가능성 있다"백두산호랑이는 '한국호랑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전 세계에는 수마트라 호랑이와 인도벵골호랑이, 말레이호랑이, 아모이 남중국호랑이, 인도차이나 호랑이, 시베리아(백두산)호랑이 등 여섯 종류의 호랑이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만주와 연해주, 한반도에 살고 있는 백두산호랑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열대지방에 살고 있다.
백두산호랑이는 열대지방 호랑이와 다르다. 우선 몸무게가 최대 300㎏ 이상으로 열대지방 호랑이에 비해 30% 이상 크며 활동영역 또한 인도의 벵골호랑이가 20㎢지만 백두산호랑이는 1300㎢로 65배 정도 넓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호랑이는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호랑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0년 서울대 이항 교수팀 연구에 의하면 한반도 호랑이의 유전자와 현존하는 시베리아호랑이의 DNA 염기서열이 100% 일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시베리아호랑이가 우리나라 백두산호랑이라는 얘기다.
백두산호랑이는 남한에서 사라졌을 뿐 멸종된 것은 아니다.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먹잇감 감소, 밀렵으로 멸종위기에 있지만 아직 450마리 정도의 백두산호랑이가 연해주를 중심으로 러시아, 중국, 북한 접경에 살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호랑이는 워낙 행동반경이 넓기 때문에 중국 동북부와 한반도의 경계가 무의미 하다"며 "연변에서 백두산까지는 200㎞에 불과해 머지않아 이 호랑이들이 다시 한반도로 돌아 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