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IPO(기업공개)시장이 후끈 달아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해와 달리 공모규모가 1조원대에 이르는 대어들이 수두룩하게 시장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건이 맞으면 올해 전체 공모금액은 10조원을 훌쩍 넘기면서 사상 최대규모를 달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IPO 주관사를 대상으로 올해 IPO수요를 조사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할 기업은 약 20개사, 이들 기업의 공모규모는 6~7조원으로 전년도 실적(4.3조원)을 크게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상장기업이 약 100개사, 이들 기업의 공모규모는 2.5조원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공모금액 5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호텔 롯데의 상장이 재추진되면 전체 공모금액은 10조원대를 훌쩍 넘기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공모규모가 가장 컸던 해는 지난 2010년으로 10조 908억원이었다. (유가증권시장 8조7010억원+코스닥시장 1조3898억원)
이처럼 올해 IPO시장 공모규모가 큰 것은 공모금액 1조원 이상의 대어들이 잇따라 증시 문을 두드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IPO시장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곳은 모바일 게임을 제작, 판매하는 넷마블게임즈이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 16일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상태로, 올 상반기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넷마블게임즈는 2015년에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강자이다.
최근에는 NC소프트로부터 리니지게임의 지적재산권을 사들여와서 제작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레볼루션’이 대박을 터뜨렸다.
이 게임 출시 후 한달 만에 2,0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실적은 닌텐도에서 만든 ‘슈퍼마리오’ 모바일 게임을 넘어서 나이언틱의 ‘포켓몬고’와 견줄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넷마블게임즈의 IPO 성공가능성도 커졌다.
넷마블의 공모규모는 2조원대로 예상되고 있고 상장하면 시가총액만 10조원 규모로 게임업계에서 1위로 등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지역난방공사 이후 7년만에 IPO시장에 나오는 에너지 공기업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 환경, 교육분야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에너지 공기업 8개사의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는 실적이 양호하고 상장매력도가 높은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2015년 기준으로 남동발전의 순이익은 6천억원, 동서발전은 4천5백억원으로 예상 공모규모는 두 곳 모두 1조원대이다.
상장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1곳씩 할 계획이지만 어느 곳이 먼저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모예상금액이 1조원대인데다 7년만에 나온 공기업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기업으로서 수익구조가 한전과 비슷해 안정적인데다 배당매력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자산규모로 생보업계 5위인 ING생명의 상장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2014년 2,235억 원, 2015년 3,04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생보사로서 안정적인 수익성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NG생명은 작년 실적 윤곽이 나온 뒤인 2월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해 올해 6월에 상장을 완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모예상금액은 1조~1조5천억원이다.
ING생명이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삼성,한화,동양,미래에셋생명에 이어 5번째 상장사가 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의 유통 자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셀트리온이 개발, 생산하는 바이오 의약품을 전 세계에 독점 판매하는 회사로 현재 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 중이다.
이 회사의 공모예상금액은 8천억원으로, 코스닥시장 역대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총액은 5~6조원에 이르고 상장과 동시에 코스닥 시총 순위 2~3위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하림그룹의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도 올 상반기에 코스닥시장에 상장예비심사청구를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공모예상금액은 4~5천억 수준이다.
IPO시장에 대어들이 즐비하면서 시장규모가 커지는 것은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주식시장은 삼성전자가 받쳐주고 있지만 다른 시장 종목들에서 개인들 수익률은 좋지 않다. 이런 가운데 실적이 좋고 미래가치가 있는 기업들이 IPO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투자자들의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유동성이 많이 풀려있고 저금리인 상황에서 다른 곳에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에 있어서는 옥석을 가리듯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된 13개 종목 가운데 공모가와 비교해 연말에 주가가 오른 종목은 6개,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7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13개 종목 전체의 주가수익률은 -7.11%였다.
공모주에 투자해 전체적으로 수익은 커녕 손해를 본 것이다.
코스닥시장도 오르고 내린 종목의 비율은 유가증권시장과 비슷하다.
55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은 26개, 떨어진 종목은 29개였다.
다만 55개 종목 전체의 주가수익률은 14.55%로 차이가 났다.
옥석을 가릴 때는 현재보다는 미래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지훈 연구위원은 “투자할 때는 현재 모습보다 미래가치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너무 많은 사람의 관심이 있고 공모가격이 고평가돼 있으면 나중에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보다 미래를 분석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가치분석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그 기업이 속한 해당산업에 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IT장비주가 좋은데 업황이 좋은 것들 위주로 보는 것이 좋다. 둘째로 개별기업에 대한 분석은 시장독점력이 있는지,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가격 결정권이 있는지 등 자체 근원적인 경쟁력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