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예상이나 했겠어요. 송인서적이 부도나는 건 생각도 못했죠."
국내 서적 도매상 2위인 송인서적이 최종 부도처리 된 건 지난달 3일. 부도 당일까지도 책을 주문하고 받았던 동네 서점들은 당혹감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99㎡ 규모의 작은 서점을 20여 년간 운영해 온 김모(55·여)씨.
송인서적과 거래했던 경기도 성남시의 한 동네 서점의 모습. (사진= 구민주 기자)
서점에 비치된 책 10권 중 9권을 송인서적으로부터 받았던 그는 "부도나는 날까지도 팩스로 주문을 계속 넣을 수 있어 부도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점점 동네서점이 버티는 게 힘들어 지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중소서점, 납품→반품 막혀 돈맥경화 우려중소 서점의 경우 도매상으로부터 신간을 납품받아 판매한 후 재고를 반품해 정산하고, 또 다른 신간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반품을 통해 현금화하지 못하는 책의 재고량만큼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김씨 서점의 경우 송인서적에게 반품하지 못한 책이 2,400여만 원에 이른다.
김씨는 "이 책을 계속 쌓아두고 있을 경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손님들한테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고, 해가 갈수록 묵혀지면 재고가 되는데 그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30년간 서점을 운영한 유모(66)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송인서적과 20년간 거래하던 유씨의 서점에는 2,000만 원대의 책이 남아 있다.
유씨는 "신간은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새로운 책으로 교환은 안 되고, 도서 정가제 때문에 남는 책을 묶어서 싸게 팔수도 없다"며 "최대한 팔려고 노력하지만 작은 서점에게는 손해가 큰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서점 등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중소서점들은 이번 송인서적의 부도로 많게는 수천만 원 대의 재고를 떠안게 됐다.
◇피해 줄이고 건전성 높일 방안 찾아야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송인서적 부도로 출판사(출판업), 서점(도소매업) 등 1천여 개 업체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인서적에서 발표한 서점 피해액 규모는 210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이에 따라 송인서적과 거래하던 서점들의 새로운 거래처 확보에 나서는 한편,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피해가 커지고 있는 이유로 지난 1997~1998년 도매 서적 업계 1위 보문당서적의 부도사태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어오면서도 변하지 않고 있는 유통구조를 꼽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출판업계의 문제를 공론화 시켜 유통구조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는 "현재로썬 공적인 지원을 통해 일정하게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출판업계 등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구조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구태의연한 유통구조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