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관리에 여념이 없던 문체부에 작년 3월 도대체 무슨일이 또 있었던 걸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구속한 특검 칼날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수사 대상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문체부 간부 좌천성 인사 개입'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진=윤창원 기자)
특검팀은 작년 3월 인사에서 산하기관으로 좌천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한 P 국장 등 5명을 포함해 문체부 전현직 인사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특검과 문체부 인사들에 따르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구속)은 작년 3월 Y과장을 국장으로 발탁 승진시키는 등 국·과장급 간부 5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무슨일인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느닷없이 인사에 개입하면서 김 전 장관의 인사안은 무위로 돌아가고 만다. 부처에서 고위급 인사안을 올리면 그대로 통과됐던 통상의 경우에서 벗어난 이례적 조치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시 장·차관이 협의해 조직 활력과 혁신을 불러일으킨다는 차원에서 5명 가운데 일부를 발탁승진시키려 했는데 우 전 수석이 '혈연과 지연으로 얽혀진 부당 인사'라고 몰아붙이며 태클을 걸고 나서 인사안이 무산돼 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 전 장관이 우병우 전 수석에게 '내가 직접 한 인사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고가 잘못 들어간 것 같다'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인사 전횡을 타파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며 오히려 우 전 수석에게 묵살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다른 문체부 고위 인사도 "당시 Y과장의 발탁승진 건이 가장 컸지만 5명이 마치 큰 전횡을 저지른 것처럼 (민정수석실이) 몰아가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문체부 김 전 장관 국·과장급 인사 무산시켜이 인사는 "국과장 인사를 쟝관 마음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조직의 성과달성이라는 목표를 갖고 진행했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인사'라고 매도해 버렸다"고 술회했다.
특히 청와대는 당시 문제가 된 5명이 주로 Y대 출신과 호남출신이라는 이유 등으로 몰아붙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국과장급 찍어내기 인사'에는 이미 구속된 김종 전 차관이 깊숙히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복수의 문체부 관계자들은 "'체육 대통령'으로 불린 김종 전 차관은 재직때에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청와대에 직보하는 일이 잦아 장.차관 관계가 아주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장관은 평소 김 전 차관이 자신을 제치고 청와대와 직거래하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허수아비처럼 여기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해 했다"고 덧붙였다.
김종덕(구속) 전 문체부 장관과 김종(구속) 전 문체부 2차관
◇ 김종, 반대세력 제거위해 김종덕 제치고 청와대와 거래 정황
문체부 내에서는 김 전 차관이 인사내용을 문제삼아 청와대 민정수석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다는 얘기가 많다.
한 관계자는 "박민권 1차관이 김 전 장관과 함께 인사안을 만든 뒤 작년 2월 그만두고 곧바로 우 전 수석이 국·과장급 찍어내기 인사를 하는 바람에 5명은 본의아니게 김종덕-박민권 라인으로 몰리면서 좌천 인사를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검은 이에따라 김 전 차관이 최순실씨 이권 개입을 원활하기 위해 반대세력 제거 차원에서 적극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이와관련 김 전 차관이 우 전 민정수석에게 반대세력 제거를 직접 요청해 이뤄졌는지, 아니면 최순실씨를 통해 우 전 수석에게 찍어내기 인사 민원'이 전달됐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만일 최씨를 통해 민정수석실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