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전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를 찾아 정병국 대표등을 예방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일 갑작스런 불출마의 배경에 대해 '실추된 가족과 유엔의 명예'를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저의 순수한 포부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때문에 각종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고,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밝혔다.
불출마의 원인을 '음해'로 들은 것은 반 전 총장 자신과 친인척에 제기된 검증 공세를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오전에 혼자 결정했다"며 전격 선언임을 알리기도 했다.
그간 반 전 총장은 첫째 동생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가 미국 검찰로부터 뇌물죄 등으로 기소되고, 둘째 동생이 '유엔대표부' 자격으로 미얀마에서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 이들 의혹들은 하나 같이 유엔사무총장과 가까운 지위가 활용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 전 총장이 실추됐다고 언급한 '유엔의 명예'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반 전 총장은 이 같은 '음해'의 책임을 기성 정치권 탓으로 돌렸다. 그는 "일부 정치인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능 것은 무의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지난 20일 간 경험한 기존 정치권을 경제‧안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세력으로 묘사했다.
그는 "귀국한 이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계층의 국민을 만나고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며 "만난 모든 분들은 이 나라가 정치‧안보‧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위기에 처해있고 적폐를 더 이상 외면하거나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들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순실 사태가 겹친 '리더십의 위기'에 대해 "난국 앞에서 정치 지도자는 국민들이 믿고 맡긴 의무는 저버린 채 목전의 좁은 이해관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많은 분들이 개탄과 좌절감을 표명했다"며 민심을 전했다.
반 전 총장은 국내 상황에 대해 "내가 10년간 나라 밖에서 지내며 느꼈던 우려가 피부로 와 닿았던 시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