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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빅데이터와 권력의 오싹한 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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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작된 도시', 빅데이터와 권력의 오싹한 밀회

    [노컷 리뷰] '개미'였던 소시민들의 세상 뒤집기

    영화 '조작된 도시'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당신이 살인자가 되어 있다면. 그리고 당신을 살인자로 만들기 위해 누군가가 모든 것을 설계했다면.

    비상식적인 일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는 요즘, 영화 '조작된 도시'는 그래서 더 오싹한 작품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별 볼일' 없는 소시민들이다. 게임에서만 '대장'인 백수 권유가 대표적이고, 게임 속 팀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처음부터 '백수'인 권유를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쉼없이 몰아친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1급 범죄자들이 수감된 감옥에서 권유는 죽지 못해 살아간다. 그나마 자신을 감옥에서 빼내겠다던 어머니까지 죽음을 맞이하자 스스로 탈옥할 결심을 한다.

    권유가 본격적으로 누명을 벗기 위해 활약하면서 영화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권유 혼자서는 무엇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히키코모리 해커, 건축전문가, 영화 특수효과 팀 스태프, 용산 전자상가 출신 '공돌이' 등 게임 동료들이 대거 출연하자 '또 다른' 팀플레이로 변한다.

    게임 속에서 팀 모두가 합심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처럼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후회없는 플레이를 펼친다. 영화 중반부터 출연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이 남다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어수룩한 이들이 짜임새 있게 진실을 추적해 나가, 결국 퍼즐을 완성했을 때 영화는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다 낡은 마티즈를 개조해 벌이는 차 추격전은 의외의 스릴감을 자아내고, 액션 장면 중 다소 어색한 CG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정도는 아니다.

    심한 감정 기복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창욱의 연기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액션과 잘 맞물려 영화를 단단하게 만든다. 워낙 실력파로 정평 난 악역 배우의 연기 역시 신경질적이면서도 음울한 인물을 완성도 높게 구현해냈다.

    영화 '조작된 도시'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대표 악역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은 아니다. 사실 그의 활약보다는 그가 감시하는 사람들의 모습들과 방대한 정보들이 무겁게 다가온다. '정보'라는 권력을 쥔 기득권층이 누군가의 인생을 제멋대로 설계해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 그것이 언젠가는 현실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대놓고 '개'나 '돼지'라고 부르지 않지만 영화 속 힘없는 서민들, 특히 돈이 궁핍한 서민들은 언제 밟아 죽여도 모르는 '개미' 같은 존재들이다. 한 사람 인생을 망가뜨려 놓고도 "부모를 잘 만났어야지"라고 일갈하는 악역의 대사는 돈과 권력이 만능인 사회를 아프게 꼬집는다.

    악역 범주에 속한 모든 캐릭터들은 일말의 죄책감조차 없이 힘 없는 이들의 희생을 당연시 여긴다. 마치 고급 서비스를 받는 듯한 태도로 책임지지 않는 '일처리'를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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