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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올인'하겠다는 근로기준법, 쟁점은?

경제 일반

    박근혜 정부 '올인'하겠다는 근로기준법, 쟁점은?

    與·政 "주68시간 근무 관행 인정해야" vs 野·勞 "그 관행 방조한 책임부터 져야"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던 노동4법 중 첫 타자로 나선 근로기준법(근기법) 개정안을 국회가 막아서자, 정부는 2월 내 통과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 정부·구여권vs야권·노동계, 근기법 개정안 놓고 일진일퇴 공방전

    지난달 31일, 황교안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노동개혁법안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 기간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여소야대'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린 뒤 다시 논의하겠다"며 1월 회기를 마무리하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라고 공세를 올린 셈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근기법 개정안의 미래는 어둡지 만은 않았다.

    이미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도 연두 업무보고에서 지난해까지 강행하던 노동4법 일괄 통과를 포기하는 대신 "근로기준법 등 처리가 시급한 입법은 우선적으로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던 터였다.

    이미 야당도 노동4법 중 가장 큰 논란을 빚었던 파견법을 제외한 3법은 선별적으로 처리하기로 사실상 합의했고, 이에 정부가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근기법 개정안이 우선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특히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그만큼 일자리를 나눠서 일·가정 양립을 이뤄내고 실업 문제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데에는 정치권과 노동계, 정부 모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근기법 개정안을 오히려 야당과 노동계가 '노동시간 연장법'이라며 적극 반대하면서 2월 국회 통과도 요원한 상태다.

    ◇ 국회와 정부, 대법원 판결 앞둔 '선수(先手) 싸움'

    이번 근기법 개정안의 핵심은 주5일 근무제의 주말 근무 포함 여부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주5일 40시간에 더해 당사자 합의로 최대 주52시간까지 가능한데, 그동안 노동부는 주말 근무는 1주일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행정지침을 내려왔다.

    정부는 이번에 '1주일은 7일'이라고 명시해야만 주52시간을 정착시킬 수 있다며 대신 제도 정착 명목으로 2023년 말까지 1주 8시간의 휴일 노동시간을 추가로 허용할 방침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미 현행 근기법으로도 주40시간, 최대 52시간 노동시간이 보장되는데, 노동부가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는 전제 하에 주60시간을 명문화하는 개정안을 내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야권 대선후보들이 일자리 문제 해법으로 '기존 주52시간만 잘 지켜도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국회가 기다린다는 대법원 판결이다.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기업들은 그동안 휴일수당을 단순 연장근무로 취급해 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해왔다.

    그런데 이에 대해 14건의 소송 중 200% 중복할증을 인정하는, 즉 정부의 해석과는 반대로 주말 근무도 주52시간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2심 판결이 11건이나 내려져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노동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확정 짓는다면, 근기법 개정안으로 노동시간 논란을 재정리할 것도 없이 그동안 정부가 잘못된 행정지침을 내렸다고 낙인을 찍는 셈이다.

    ◇ 政 "주52시간 구호보다 법 개정 시급" vs 勞 "근거 없는 혼란 부른 책임부터 져야"

    이에 대해 노동부는 만약 근기법 개정안이 대법원 판결 전에 통과되지 않으면 수조원 규모의 휴일수당 부담으로 중소기업이 연쇄 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 정형우 대변인은 "1주일에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는 주휴수당 개념만 봐도 주말근무를 포함한 법정 노동시간 개념과 혼선이 빚어질 정도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며 "해외와 다른 한국의 법적·제도적 상황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현장에서 오랫동안 주68시간 근무가 운영된 관행을 인정해야 한다"며 "'주52시간을 지키라'며 단번에 해결하기보다는 개정안으로 미리 제도를 정비해야 시장의 혼선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부가 잘못된 지침으로 시장을 교란해놓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면죄부용 법 개정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주5일 근무 기준으로 주휴수당이 발생한 개념과 법정 노동시간을 어떻게 보느냐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실제 현장에는 혼선이 없는데 정부만 억지를 부린다"고 반박했다.

    또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행정으로 노동자들과 영세업자들이 피해를 봤던 것"이라며 "사업주들로 하여금 법을 악용·오용하게 만든 노동부의 잘못된 해석부터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국회가 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사법부에 공을 미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대변인은 "특정 사건에 귀속된 대법원 판례를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 개정으로 제도를 먼저 정비해야 시장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 대변인은 "정치권의 결정에 명분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당연히 판례가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또 "황 권한대행이 근기법과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나란히 언급한 점도 눈여겨볼 거리"라며 "통과 가능성이 낮은 근기법 개정안을 강행하는 속내에는 재벌들의 이해가 직결된 규제프리존법을 맞교환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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