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매장 모습 (사진=정재훈 기자/자료사진)
면세점 업계의 승객 유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지난해 국내 면세점들이 해외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출한 '송객수수료'가 1조원에 육박했다.
2일 관세청은 전국 23개 면세점 사업자 중 22개사로부터 송객수수료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급된 총 송객수수료는 9672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내면세점 매출 대비 10.9%, 단체관광객 매출 대비 20.5%에 해당하는 규모다.
면세점 송객수수료란 여행사나 가이드가 모집해 온 단체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액 중 일정 금액을 면세점이 여행사 등에게 지급하는 대가를 말한다.
보통 송객수수료 지급 규모는 단체관광객 매출 증가에 비례해 증가하는 추세인데, 지난해 단체관광객 매출과 송객 수수료 규모를 비교해보면 2013년도 대비 각각 2.6배, 3.2배 증가해 수수료가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관세청은 송객수수료 증가율(71.8%)이 시내면세점 매출액(43.5%)과 단체관광객 매출액 증가율(62.5%)보다 상회한 배경에 대해 지난해 5개 면세점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면세점 간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면세점이 여행사․가이드에게 지급한 송객수수료가 단체관광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송객수수료율은 2013년만 해도 16.1%에 그쳤지만, 최근 3년 동안에는 20%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송객수수료 1조 시대'는 지난해 문을 연 신규면세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송객수수료율은 기존 면세점의 19.5% 보다 높은 26.6%를 기록했다.
신규 면세점이 해외 단체관광객을 서둘러 끌어모으기 위해 기존 사업자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면세점 규모 별로 살펴보면 대기업 면세점의 송객수수료율이 평균 20.1%인 반면, 중소중견 면세점은 평균 26.1%로 중소중견 면세점이 해외 단체관광객 유인에 비교적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전년도 메르스 여파에서 면세시장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기업 송객수수료 지급 규모는 급증(75.0%)했지만, 중소중견 면세점(41.2%)은 대기업 면세점에 밀려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려워 송객수수료 지급 규모 자체는 그다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업계는 송객수수료가 면세점 뿐만 아니라 백화점·호텔·식당 등 관광업계 전반에서 활용된다며 해외 다른 나라와의 관광객 유치 경쟁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도한 송객수수료 지급은 수수료에 목을 맨 싸구려 관광 상품을 양산해 장기적으로는 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면세점 수익을 갉아먹으면서 재정상황이 열악한 중소중견 면세점의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관세청 측은 "면세점 업계의 자발적인 송객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면세점의 송객수수료 지급 패턴을 정기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면세점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시내면세점의 송객 수수료율을 주기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