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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심층…갈망·두려움, 미술로 비추다

공연/전시

    무의식의 심층…갈망·두려움, 미술로 비추다

    '올라퍼 엘리아슨:세상의 모든 가능성' 전시회…리움 미술관에서

    올라퍼 엘리아슨, 당신의 미술관 경험을 위한 준비.

     

    '올라퍼 엘리아슨:세상의 모든 가능성' 전의 작품들은 빛- 반사체(거울, 물)-움직임을 통해 다채로운 색과 형상을 끊임 없이 변주해낸다.

    그 색과 형상들은 흐르는 물처럼, 우주의 은하수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북극의 영롱한 오로라처럼 눈앞에 실감나게 펼쳐진다.

    보통 상상을 머릿속에서만 펼치건만, 그 상상 속 장면을 머리 밖의 현실에서 재현하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다. 그 장면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호흡할 수 있고, 눈으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이 놀라운 경험. 이 전시 작품들을 대하다 보면 내 마음 속 감정의 흐름이 영화 필름처럼 펼쳐지는 느낌이 든다.

    감정과 욕망, 상상이 눈 앞에 형상으로 표현된다면 상상과 현실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상상과 현실을 구분짓는 데 익숙한 우리가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상태에 이른다면 상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상상이 될 것이다.

    미술 작품을 통해 그러한 작용을 하게 되는 장치의 원리를 따져 보면 인간의 상상에 의한 창조적 능력, 그리고 내면 심리의 심층 구조를 이해하는 길에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올라퍼 엘리아슨, 무지개 집합, 리움 미술관 제공.

     

    전시 작품 '무지개 집합'은 원형 공간 가장자리로 쏟아지는 빗줄기(분사형 물줄기)와 거기에 투영된 빛줄기에 의해 안팎으로 공간이 나뉘어진다.

    그 안과 밖은 불투명한 무의식의 심층과 투명한 의식층의 중간 지대를 보는 것 같다. 그 원형 안으로 들어가면 안에서 비치는 조명에 의해 비단결처럼 흐르는 폭포수에 무지개가 비치는 것처럼 아름다운 형상을 볼 수 있다.

    때로는 발끝까지 흘러내린 여인의 금발 머릿결이 출렁이는 느낌이 든다. 그 일렁이는 빛들의 오묘한 변화에 빠져들다 보면 순간 현기증을 느낀다.

    불투명한 무의식의 심층- 욕망, 갈망, 두려움, 슬픔-을 탐사하여 그 본질을 깨달으면 순정한 마음결과 평정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인가.

    올라퍼 엘리아슨,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부분), 리움 미술관 제공.

     

    작품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느낌이 든다.

    1000여 개의 유리구슬이 크고 작은 모양으로 백색, 파랑, 보라, 분홍, 주황 등 다양한 색깔을 띠며 영롱히 빛나고 있다. 각기 온전하고 완벽한 형체에 원만구족한 인격체를 갖춘 듯한 유리 구슬이 주변의 유리구슬들과 조화를 이루며 환상적인 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 화면을 세계 또는 공동체라고 한다면 그에 속해 있는 각 개체, 개인은 온전한 자유를 누리는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 화면이 한 인간의 생애라고 한다면, 천여 개의 온전하고 충만한 경험을 누릴 때 여한이 없으리라. 그러한 경험의 향유는 예술 행위-인식, 체험, 창조, 표현-를 통해 기존의 인식 틀을 깨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끊임 없는 탐험 행위가 있을 때 가능하리라.

    리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올라프 엘리아슨 전시에는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대표 작품 22점이 선보인다.

    선풍기, 나선, 이끼, 물을 배치해 바람, 정원, 하늘, 나선 운동과 같은 자연적인 요소들을 등장시켜 덧없음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새롭게, 다르게 느낄 때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덴마크 출신의 작가 엘리아슨은 이렇게 말한다.

    "예술작품은, 우리 내면에 있는, 그러나 아직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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