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미네소타 박병호.(사진=노컷뉴스DB)
박병호(31)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방출대기(Designated for Assignment) 통보를 받았다. 구단이 박병호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으로 더 쉽게 풀이하면 박병호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겠다는 의미다.
다만 방출대기의 경우 웨이버 공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간은 일주일이다. 만약 클레임을 거는 구단이 등장할 경우 해당 구단은 박병호의 잔여 계약을 그대로 승계하며 영입할 수 있다. 박병호를 영입하겠다는 구단이 등장하면 박병호는 새로운 팀에서 2017시즌을 맞이하는 것이고 구단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미네소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미네소타의 결정을 두고 미국 일부 매체들은 '놀랍다(surprise)'라는 표현을 썼다.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미네소타는 베테랑 불펜투수 맷 벨라일을 40인 로스터에 포함시키기 위해 박병호의 신분에 변화를 줬다. 선수를 타 구단에 빼앗기는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박병호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박병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남은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925만달러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에 보여준 활약만으로는 이 계약을 안고 가겠다는 구단은 없을 것(美 CBS스포츠)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몇몇 구단은 박병호에 관심을 보일 수 있고 도박을 걸 수 있다(MLB닷컴, 팬그래프닷컴)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전반적으로 연 평균 300만 달러 규모의 잔여 계약은 크게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박병호가 선수 영입 시장에서 구하기 힘든 우타 거포의 잠재력을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변수는 박병호의 데뷔 시즌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타율 0.191, 출루율 0.275, 12홈런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에는 장타력과 빠른 타구 속도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잘 대응하지 못했고 손목 부상이 겹치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무엇보다 32.8%로 높은 삼진율이 박병호의 발목을 잡았다. 박병호는 시즌 도중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는데 장타력은 여전했지만 타율(0.224)과 출루율(0.297)에서 뚜렷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2차 통계를 분석하는 '팬그래프닷컴'은 박병호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잘 맞은 타구의 비율이 18.7%로 뉴욕 양키스의 개리 산체스(18.8%)에 이어 리그 2위였고 라인드라이드 타구 속도가 시속 156,4km로 리그 4위였다는 점에서 반등의 여지를 찾았다.
타구를 강하게 때리면 그만큼 안타가 나올 확률이 늘어난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더 적응하고 삼진율과 헛스윙 비율을 줄여나간다면 더 좋은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매체는 우타 거포를 찾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박병호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스팅 시스템에 참여했던 구단들이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던 크리스 카터가 여전히 FA 시장에 남아있는 등 1루수 보강이 필요한 팀은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한 FA들에게 먼저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미네소타도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박병호의 이적 가능성을 낮게 보고 방출대기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6일(한국시간) 박병호의 이적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타 구단이 박병호를 영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두고 설문에 응한 5천명 이상의 네티즌 중 70%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30%는 부정적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