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확산 가능성 크지 않아"…항체 형성률 소 97%·돼지 75%
충북 보은에서 올해 처음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바이러스 유입 경로와 확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7가지 바이러스 유형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유형(소: O형+A형, 돼지: O형) 중 하나인 혈청형 O형 타입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밝혀내기 위한 정밀 역학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감염된 동물의 이동에 의해 이뤄진다.
감염 동물의 수포액이나 콧물, 침, 유즙, 정액, 호흡 및 분변 등이 매개체가 되며, 감염된 축산물에 의해서도 전파된다.
감염 동물과 접촉하거나 오염 지역을 출입한 사람, 차량, 의복, 사료, 물, 기구 등을 통해서도 전파가 일어난다.
공기를 통한 전파의 경우 육지는 50㎞, 바다에서는 250㎞ 이상까지 전파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은 보은에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국내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발현됐거나 수입 사료 등을 통해 외국에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상호 건국대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다는 건 바이러스가 상존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며 "국내에 있던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통해 농가로 전파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통해 옮겨 다니던 바이러스가 가축 분변이나 쥐를 통해 면역력이 약하거나 항체 형성이 안 된 가축에게 전염돼 병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방역 당국도 구제역 바이러스의 상존 가능성을 인정한다.
충북도의 경우 지난해 1∼3월 구제역이 발생한 전북, 충남 지역의 이동제한 조처가 풀린 뒤에도 경기, 충남 일부 농가에서 구제역 감염 항체가 검출되자 바이러스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방역 시스템을 가동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34년 이후 구제역이 없었다가 2000년 처음 발생한 뒤 이후 몇 년에 한 번씩 나타나고 있다.
바이러스가 사료 수입이나 인적 왕래 등을 통해 외국에서 유입된 뒤 차량, 사람 이동 같은 기계적 전파를 통해 농장에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66년 만에 처음 발생한 2000년 구제역 사태의 경우 당시 역학조사에서 수입 건초와 해외 여행객을 통해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역학조사위원회는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바람(황사)에 의한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2002년 경기도 안성에서 발생한 구제역도 해외 여행객이나 농장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방역 당국은 추정한다.
역학조사를 거쳐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와도 유입 경로가 명확히 확인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계통이 밝혀져야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며 "그러나 발생 농가의 주민이 어디를 다녀왔다든가 하는 연결 고리나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도 채 안 돼 구제역이 다시 발생했지만 예전처럼 크게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백신 접종이 많이 이뤄져 구제역이 많이 발생하는 소, 돼지의 항체 형성률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소는 97.5%, 돼지 75.7% 수준인 것으로 방역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문상호 교수는 "백신이 많이 보급돼 예전처럼 크게 번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백신 접종을 철저히 하는 것이 구제역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