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예총 등 55개 예술단체 소속 예술인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화 ‘더러운 잠’을 훼손한 것에 대해 관련 정치인들의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하는 풍자화 '더러운 잠' 훼손 사건에 대해 문화예술단체가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아울러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민예총,한국민족극운동협회,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문화연대 등 56개 문화예술단체는 6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어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도 문화예술인협회임진강 대표는 "'곧, 바이전'에 참여했던 작가로서 국회의원회관은 엄숙하거나 권위적 공간이 되는 것보다는 민의의 장소여야 한다"며 "어떤 작품도 걸릴 수 있으나 훼손당해 마땅한 작품은 없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작품을 파괴하는 것은 야만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창원은 의원은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주어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으므로, 6개월 당무정지라는 징계가 아니라 포상을 해도 부족할 것이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예술가는 항상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한다. 작가는 이상을 꿈꾸고 재해석한다. 현실의 모순을 들추어내고 자신의 미학으로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것이 본분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런 점에서 작가는 역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로, 작품으로 촛불을 드는 것이다. 왜냐 하면 작가는 작가이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한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국회 전시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가들의 순수한 뜻을 봐주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재동 화백은 "작품을 훼손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작품은 작가의 생명이다. 작품 훼손 행위는 사람을 테러하고 칼로 찌르는 것과 같다. 이번 사건은 테러사건이다"고 규탄했다.
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미술평론가)는 "표현의 자유는 세계인권선언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목적과 권력에 의해 재단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임 대표는 "새누리당은 이견 표현을 보장하기 보다 충돌과 파국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더 화가 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국회가 중재와 매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새누리당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 표현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매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 표창원 의원이 부당한 조치를 받지 않기를 정치권 모두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임인자 연극인은 "'더러운 잠'은 여성 혐오라는 이유로 작품이 훼손됐다"며 "이 작품은 존치되었어야 했고, 논쟁이 되었어야 했지만 훼손되어 치워졌다. 논쟁이 되고, 논란이 되어야 한다. 제대로 질문이 되었을 때 예술작품으로 빛난다"고 주장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블랙리스트 사건에 의한 표현의 자유· 헌정 유린에 대해 국회가 적극 대처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국회가 검열에 나선 꼴"아라고 말했다.
그는 "'더러운 잠' 탄압으로 국회가 토론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이에 대해 예술가 본인은 물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덮으려 하지만 예술단체는 이를 끝까지 문제 삼아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56개 단체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새누리당 해체 ▲작품을 훼손한 새누리당 외곽조직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예술작품 훼손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법적인 책임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즉각 철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당의 입장을 명백히 밝힐 것 ▲개인과 그의 가족의 인격을 모도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검경은 즉각 조사 등 다섯 개의 항목을 들어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회견 마무리에 이들단체는 이진석 미술가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표창원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시위장면이 담기 천 위에 '독재는 짧고 예술은 길다'는 글귀를 새겨넣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