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이웃집 찰스' 100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한 프로그램이 100회를 맞는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잘 나간다는 프로그램들 역시 시즌제를 도입하면서 짧으면 10회 안에 승부를 보고, 길어도 20회를 넘기지 않는다.
그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며 100회를 맞은 프로그램이 있다. 2015년 1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1 '이웃집 찰스'다. '이웃집 찰스'는 아직 낯설기만 한 한국땅으로 온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 그 속에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리얼리티다.
이병용 PD는 "방송가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100회를 맞이하면 TV 보는 사람이 모두 그 프로그램을 안다고 한다"며 "그런 아는 프로그램이 돼서 자랑스럽고, (100회를 맞았을 때) 제가 연출하고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PD는 100회까지 올 수 있었던 힘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는 MC와 패널들을 꼽았다. 그는 "사적인, 공적인 자리에서 늘 말하는데 최원정, 홍석천, 사유리, 파비앙 씨와 출연해 주시는 '이웃집 찰스' 덕분인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패널들 대다수가 '자르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쭉쭉 오래 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도 이 PD는 당황하지 않고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면 길게 길게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석천 역시 "저희를 자르지만 않으신다면"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고, 최원정 아나운서도 "위에서 자르지만 않는다면" 오래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걸까.
홍석천은 "효자 프로그램 중 하나인 걸로 알고 있다. 시청률이 꽤 잘 나온다, 꾸준히.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고, 이방인들 삶의 애환이 녹아있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은) 모든 프로그램 중 저희가 유일하지 않나. 그래서 많이 아껴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병용 PD, 홍석천, 파비앙, 최원정 아나운서 (사진=KBS 제공)
최 아나운서는 "KBS 1TV에서 방송되지만 젊은 세대들이 즐겨찾는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 젊은 시청자들을 흡수하는 그런 힘이 있고, 시청률도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에 방송되는 '이웃집 찰스'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8~9%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 아나운서는 "교양 프로이지만 예능적인 깨알 재미가 있다. 사유리, 파비앙의 힘도 큰 것 같고, 외국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시청자들도 해외살이를) 간접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층 흡수 요인'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외국인' 파비앙이 보는 '이웃집 찰스'는 어떤 프로그램일까. 파비앙은 "처음 한국 왔을 때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면 정말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언어도 문화도 몰라 외국인으로서 "멘붕"이었다며, 이방인들을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점을 '이웃집 찰스'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재미있고 유능한 프로그램"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PD는 '이웃집 찰스'가 한국 땅에 정착하려고 하는 외국인들이 평소 잘 하지 못했던 '소통'을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 PD는 "사실은 가족 간의 갈등이 가장 많은데 외국어가 안 돼서 사위, 며느리와 대화가 거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녹화하면서 MC들이 판을 깔아주고 통역을 해서 자연스레 의사소통하게 되면서 서로 이해가 되는 거다. ('이웃집 찰스'는)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할 만한 장도 만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천은 "MC 역할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찰스'들 감정의 소통자라고 생각한다. 24시간 통역을 붙여놓을 수 없다. 여기 나와서 본인 감정을 서로 입장을 말하면 (저희가) 감정 통역해 주는 역을 한다. 서로 한 구성원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게 큰 장점이고, 그게 저희 MC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 아나운서 또한 "진행의 미덕은 경청인 것 같다"며 '이웃집 찰스'를 "경청의 내공을 풀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정리했다. 그는 "아직 부족하지만 행여 툭 던지는 한마디가 누군가 인생에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사람냄새 나는 프로그램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