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이나 납품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는 등 비리에 연루된 한국지엠 노조 간부와 회사 임원 등 40여 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한국지엠의 노조 핵심간부와 회사임원이 결탁한 조직적이고도 고질적인 납품과 취업 비리를 적발해, 업무방해, 배임수재,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총 15명을 구속기소하고, 29명은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의 1차 도급업체 소속 생산직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발탁채용 과정에서 노조 지부장 등 채용브로커들은 취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뒤, 인사담당 회사측 임원에게 청탁을 하고, 사측 임원들은 성적조작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합격시켰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6차례 진행된 한국지엠의 발탁채용에서 채용비리로 정규직 전환된 직원은 인천 부평공장 정규직 합격자 346명 가운데 123명(35.5%)에 이른다. 검찰은 다만, 123명이 모두 금품을 제공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현직 노조 핵심간부 17명과 생산직 직원 4명은 2012∼2015년 사내에서 채용 브로커로 활동하며 최소 400만원에서 최대 3억3천만원을 받았다. 전 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9명으로부터 3억 3천만원을 받았다.
노사협력팀 상무와 부장은 2015년 9월 정규직 채용과 관련해 2천만∼2500만원을 각각 받아 챙겼다.
또 노사부문 전·현직 임원 3명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발탁채용 과정에서 각각 45∼123명의 서류전형·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채용비리와 관련해 적발된 총 금품액수는 11억5200만원으로 이 중 노조 핵심간부 17명이 8억7300만원(75.7%)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정규직 채용 시험에 응시한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비리 구조의 벽에 가로막혀 정규직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업브로커를 통해 정규직이 된 사람들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합격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급전을 마련해 취업브로커에게 거액의 금품을 주고 겨우 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특별자수기간에 자수한 사람 중 돈을 준 사람들에 대해서는 입건유예 조치했다.
검찰은 지난 2012년 이후 '발탁채용자'가 수백명에 이를 정도로 수사대상이 광범위해 지난해 11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한달 가량을 특별자수기간으로 운영한 바 있다.
천장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노조 핵심간부들은 납품비리에도 관여했다. 노조 간부들은 브로커를 통해 거액을 받은 뒤 회사측 임원에게 수천만원을 건네며 특정 납품 업체 선정을 청탁하고, 회사측 임원은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납품업체로 선정하기도 했다.
노조 전 지부장 A(55세)씨는 노조원용 생활용품 선물세트와 체육복 납품업체 선정 등의 대가로 무려 5억7천만원을 받아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A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화장실 천장에서 현금 4억원, 차량에서 5천만원을 각각 발견하고 이를 범죄수익으로 판단해 환수조치했다.
노조 집행부는 지부장 선거비, 노조 운영비 등 필요한 자금 마련은 물론 개인적 치부를 위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
회사 노사부문은 노조와 원만한 관계 유지를 명목으로 노조 집행부가 요구하는 업체를 무리하게 선정해 주고, 이 과정에서 일부 회사 임원은 노조 간부로부터 뒷돈을 챙겼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는 현 지부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게 되면서 다음주에 새 지부장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