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핵 정국 혼란 속에 사실상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던 정황이 드러나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철도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16~‘20)'의 관련 내용을 7일 관보에 고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민자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목표 아래 세워진 기본계획의 세부내용이 결국 사실상의 철도 민영화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입수한 국토부 내부문건인 '2017 철도국 업무계획'을 보면, 국토부는 내년에는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2019년에는 철도 관제 업무를 자회사나 공단 등으로 옮길 예정이다.
또 철도공사가 맡고 있는 물류, 차량 업무도 2018년까지 자회사에 분리하기로 했다
철도 관제권 이관 등은 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철도 민영화' 논란 당시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폐기됐는데, 국토부가 이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얘기다.
또 운영사간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면서 '노른자위' 흑자 노선은 신규사업자에 맡기고, 적자 노선만 철도공사(코레일)에 남기는 방안을 예시로 들었다.
철도공사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켜 국민 혈세로 적자를 메우고, 철도사업에 무혈입성한 민간 자본은 곧바로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재벌 퍼주기' 정책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또 이처럼 '경쟁력 있는 흑자 민간사업자'와 '방만한 경영에 빠진 적자 철도공사'를 대비시키면서도 일반여객, 물류 등 적자사업에 대한 자구노력을 유도해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엿보인다.
이처럼 민간투자를 활용하기 위해 오는 3월까지 사업별 우선순위 및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한 뒤, 주요 병목구간, 미연결구간 등을 민자사업으로 조기 선설해 전국적인 고속철도망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자회사나 공단에 업무를 옮기는 조치는 민영화와 무관하다"며 "신규사업자도 도시철도 등 기존 철도 사업을 운영하던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또 "새로 시장에 진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흑자노선을 신규사업자에 배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모두 아직 확정되지 않는 내부 검토 사안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7월 국토부는 민간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토부는 10년 간 19조8000억원 수준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철도 노선을 건설하면서, 물류, 차량정비·임대, 유지보수 등 3개 사업으로 나눠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자회사에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촛불집회 정국에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데다, 성과연봉제 확대 논란으로 철도노조가 74일에 걸쳐 사상 최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관련 사업이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철도 민영화 굳히기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철도노조 김선욱 미디어소통실장은 "문건에서 국토부는 SRT 개통으로 경제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지만, 철도공사는 오히려 PSO 보상액이 500억원이나 삭감됐다"며 "산간벽지, 지방노선은 운영하지 말라는 철도공공성 포기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돈이 되는 노선만 재벌에게 줘서 재벌의 배를 불리겠다는, 노골적인 재벌 퍼주기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차기 정부가 세워지기 전에 철도 민영화를 못박아두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인호 의원은 "이번 문건을 통해 흑자노선의 민영화, 화물과 차량 자회사 설립, 외주확대 추진 등이 확인됐다"며 "국토부는 탄핵정국이라는 국정 혼란 상황을 악용해서 야금야금 철도민영화를 추진하는데, 철도의 공공성 포기로 간주하고 국회에서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