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15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 집회 현장에서 촛불집회를 '난동' '폭동'으로 깎아내리는 신문 형태의 유인물들이 대량으로 뿌려지고 있다. 탄핵·조기대선 정국에서 사회 문제로 불거진 소위 '페이크뉴스'(fake news·가짜뉴스)가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노컷일베' '뉴스타운' '프리덤뉴스'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대량 유포된, 신문 형태를 띤 유인물들의 이름이다. 모두 11일자로 발행된 이들 유인물에는 공통적으로 탄핵 반대 집회를 옹호하고, 촛불집회를 깎아내리는 글들이 담겨 있다.
먼저 8쪽짜리 '프리덤뉴스'는 6면에 실린 '[칼럼] 정권마다 반복되는 군중 선동세력의 속성과 그들의 운명은 어디로 가는가'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해로운 군중운동'이 '고상한 민주주의'로 변장된 대표적 사례로서 '촛불난동'이 있다"며 "2016년 최순실을 악용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그 군중선동세력과 2008년 광우병 촛불폭동을 일으킨 그 군중선동세력이 거의 겹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촛불세력의 떼법을 숭배하는 정치꾼들과 언론인들은 어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주범일 뿐"이라며 "한국의 정치권은 하나 같이 '촛불민심' 운운하면서 떼법을 숭상했지만, 한국의 촛불집회는 대의정치와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폄하했다.
이와 달리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해서는 '설 명절도 태극물결, 서울 대한문에서 전국 곳곳으로'라는 1면 머릿기사를 통해 "구정 설 민심이 반영된 듯 2월 들어 태극기집회(탄핵 반대 집회)의 참가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더하여 질적 변화도 보이고 있다"며 "구호 역시 불법탄핵 중단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적었다.
11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 뿌려진 신문 형태의 유인물들(사진=이진욱 기자)
4쪽 분량의 '노컷일베'도 1면에 지난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사진을 크게 싣고, 그 위에 "서울시장의 탄식, '차라리 관광명소인 스케이트장이나 개장할 걸…'"이라는 제목을 박았다. 여기에 '노컷일베 1월 23일자 이슈 논평'이라며 아래와 같이 비아냥 섞인 글을 첨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시청 기획상황실에서 도심 집회 안전관리 및 시민 불편해소 대책회의를 열고 '현 시국상황을 고려해보면 시민안전과 광화문 촛불집회에 큰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취소 또는 제 3장소 이전을 지시했다. 제 딴에는 스케이트장 취소가 결정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촛불이 차지해도 시원찮을 서울광장에 매 주말마다 태극기가 빼곡히 들어차는 게 아닌가."
마찬가지로 '뉴스타운'은 1면 머릿기사 '태극기 명령, 국가 전복 음모 당장 멈춰라!'에서 "민심을 넘어 천심이 돼버린 태극기 집회는 매주 100만 명 이상 참여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며 "좌파 언론과 여론 선동에 속아 촛불집회에 발을 들였던 10대 20대 30대 청소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을 외친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를 두고는 같은 기사에서 "애국 국민들은 분명히 보았다. 정치와 언론, 사법, 촛불세력이 국가전복의 무서운 비수를 차고 있다는 것을" "애국 국민들은 알고 있다. 촛불세력의 이 엄청난 음모를" "애국 국민들은 알고 있다. 촛불세력을 선동해 박근혜 정권을 뒤엎으려 한다는 것을"이라고 깎아내렸다.
사회학자인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촛불집회와 맞불집회의 영향력이 50대 50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모습은, 합리적 시민·지식인들의 지지를 못 받는 자신들의 불리한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끌어들이는 '기계적 균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영학에서는 훌륭한 리더들을 두고 실패로부터 엄청나게 잘 배우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페이크뉴스를 만들어 '우리가 옳다'고 합리화하는 집단은 외부의 부정적인 신호로부터 성찰할 기회를 스스로 막아 버린다"며 "이렇듯 성찰을 외면하면 결국 붕괴하는 흐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