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은폐하고 검찰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다시한번 법정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20일 전화통화로 "재단 임원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추천했다고 하라. 앞으로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서만 연락하겠다"고 김 이사에게 연락했다.
다음날 김 이사는 안 전 수석의 보좌관 김건훈씨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은 뒤, 그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안 전 수석과의 전화통화 내역 삭제와 사용하던 휴대전화, 컴퓨터 하드디스크, 수첩 등을 폐기하라는 안 전 수석의 증거인멸 지시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재단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곳이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안 전 수석의 지시는 의아하고 혼란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또 김씨는 A4용지 2장으로 정리된 문건도 김 이사에게 건넸다. 김 이사는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22일 검찰 조사를 받으며 이 문건에 따라 허위진술을 했다.
이 문건은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이른바 '검찰조사 대응 매뉴얼'이다.
앞서 정 전 이사장은 공판에서 자신이 안 전 수석에게 검찰 조사 내용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말맞추기'를 시도하고, 검찰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