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여성 1명당 평균출산률 1.25명 수준으로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 이러한 '저출산' 문제 해결의 첫걸음도 '노동시간 단축'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중견 도매업체에 다니다 아이를 낳은 뒤 6개월 뒤에는 육아휴직에서 복귀해야 하는 박 모(33) 씨는 직장 복귀 문제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박 씨는 "돌아가서 일에 적응하는 것도 문제지만,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회사에서 '아이 핑계로 쉬고 왔다'는 식으로 주변에서 눈치를 많이 주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앞으로 어지간히 독하게 일하지 않으면 승진은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다"며 "앞으로 애를 키우면서 일할 생각하면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육아휴직 제도는 정부의 다양한 저출산 대책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정책으로 꼽힌다.
특히 육아휴직을 포함한 정부의 일·가정 양립지원제도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장려하는 한편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월간 노동리뷰 2월호'에 따르면 2014년 육아휴직을 했던 노동자 중 1년 뒤에도 같은 직장에 계속 근무한 경우는 56.6%에 불과해서,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육아휴직을 썼다가 그대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었다.
출산 전후로 노동시장을 이탈했을 노동자가 일과 가정을 양립시켜 고용상태를 유지하려는 육아휴직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육아휴직 수급자의 휴직종료 이후 동일직장 고용유지율. 고용보험 육아휴직자 DB와 피보험자 이력 DB 결합 자료. 2002년부터 2016년 5월 30일까지. (표=한국노동연구원 제공)
특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나 노동여건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이마저도 언감생심이어서, 육아휴직을 내느니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첫 아이를 낳은 상용직 중 46.9%는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반면 임시일용직은 겨우 1.9%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다.
또 고용노동부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신규 육아휴직 사례는 4만 3848건으로, 전체 8만 9794건의 절반 가량(48.8%)을 독차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의 관련 조사를 맡았던 충남대 윤자영 교수는 "육아휴직을 돌보는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으로 인식하는 회사와 동료의 시선은 육아휴직의 장애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육아휴직 없이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실제로는 육아휴직을 내지 않고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행 휴가제도는 장시간 근로체제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을 예외적 상태로 보고 일시적으로 일을 쉬게 하는 육아휴직 제도로는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 가정 양립 문화 확산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인식은 정부 일각에서도 공감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도 지난달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중장기 정책 대응방향' 세미나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노동부 역시 지난해 12월 근로관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기업(52.8%)과 노동자(53.5%) 모두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정시퇴근)'을 최우선과제로 꼽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교수는 "현재 임금체계와 근로문화에서는 포괄임금제와 일상적인 초과근로, 업무량 과다, 상사의 눈치 등으로 정시퇴근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휴가제도는 일시적인 처방일 뿐, 휴가를 사용하고 돌아온 자녀양육 책임이 있는 근로자는 똑같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차출퇴근제나 근로시간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개인적인 용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휴가와 연차 사용 등 일상적이고 노동비용이 낮은 제도가 보다 정착되어야 한다"며 "최소한 주40시간 노동시간이나 정시퇴근, 야근 없는 근무만 보장되도 육아휴직 없이도 애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