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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덮친 '유니폼 사태'…실수와 무지가 만든 '촌극'

농구

    V-리그 덮친 '유니폼 사태'…실수와 무지가 만든 '촌극'

     

    14일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NH농협 2016~2017시즌 V-리그 경기가 열린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사상 초유의 유니폼으로 인한 경기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전력의 세터 강민웅의 실수와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심판진의 실수가 빚어낸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강민웅의 실수에서 시작됐다. 이날 인천 원정길에 오른 한국전력은 홈에서 착용하는 붉은색 유니폼이 아닌 남색 계열의 유니폼을 착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강민웅은 붉은색 유니폼을 챙기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다.

    강민웅의 실수를 뒤늦게 인지한 한국전력 구단은 숙소로 쓰는 인근의 마트 주인에게 연락해 유니폼 색상을 말하고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전달받은 유니폼은 나머지 선수들이 착용한 것과 미묘하게 다른 점이 존재했다.

    우선 나머지 선수들의 유니폼이 반소매인 것과 달리 강민웅의 것은 민소매 형태였다. 또 우측 가슴에 부착된 엠블럼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규정대로라면 강민웅은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지만 1세트 1-4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코트에 들어섰다. 상황은 이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았다.

    한국배구연맹(KOVO) V-리그 운영요강 3장 49조에 4항에는 '남녀 모두 소매의 유무와 길이에는 제한이 없다. 단, 소매가 팔꿈치 아래로 내려올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이 규정만 본다면 강민웅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다른 규정을 대입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운영요강 3장 48조 1항에는 '한 팀의 모든 선수는 같은 색과 디자인의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리베로 제외) 경기당일 일부 선수가 팀원들과 다른 유니폼을 착용했을 경우 해당 선수는 다른 팀원들과 같은 유니폼을 착용하기 전까지는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강민웅은 팀원들과 같은 색상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엠블럼 유무로 인한 디자인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 규정에 걸리게 된다. 애초 경기에 뛰어서는 안됐던 것이다.

    '무엇이 문제?' 14일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V-리그 경기에서 유니폼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전력의 세터 강민웅(우측)이 나머지 선수들과 다른 엠블럼이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 부정선수로 부정선수로 판정받아 코트 밖을 나갔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하지만 경기 전 한국전력은 경기감독관에 강민웅의 출전 가능 여부를 물었고 문제 될 것 없다는 답변을 받아 경기에 투입했다.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감독관의 실수로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경기운영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강민웅 유니폼 문제는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박 감독은 6-7로 맞선 1세트 초반 박주점 경기감독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감독관은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잘못된 판단이었다.

    결국 경기는 대한항공이 14-12로 앞선 상황에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신영철 감독은 문제 될 것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박기원 감독은 강민웅을 빨리 빼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심판진의 실수가 또 나왔다. 프로 종목은 정해진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이에 맞게 행동하면 된다. 이를 어기는 구단 혹은 선수가 있다면 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이날 심판진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만 급급해 제대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양 팀 감독을 불러모아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보라는 식의 행동으로 심판 본연의 모습을 잃고 말았다.

    이날의 유니폼 사태는 결국 경기 중단 20여 분이 지난 후에나 마무리됐다. 강민웅이 퇴장 명령을 받았고 한국전력이 그 사이 얻은 점수가 모두 감점 처리돼 14-1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강민웅의 실수에서 비롯된 문제였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재하지 못한 심판진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박기원 감독도 "심판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경기에서는 경기감독관이 분명히 실수했다. 규정 숙지가 미숙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지양해야 하는 사항이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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