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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인터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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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별 인터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찬욱 감독

    관객에 숙제 내주는 나쁜 감독

    박찬욱 감독

     

     감독 이름만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손에 꼽히는 박찬욱 감독이 돌아왔다. 철학과 출신답게 사변적이고 상념깊은 문학가적 풍모와 콧수염은 여전했지만 그가 꺼내 놓은 새 상품은 이전과 확실히 다른 성질의 것이다.

     지난해 7월 말 ''장금이'' 이영애를 박찬욱 식으로 변주한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계 관심을 집중시킨이후 내놓은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공개가 눈앞에 다가왔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서 궁금하고 이번에도 가수분야에서 월드스타라 일컬어지는 비(정지훈)를 캐스팅해서 눈길이 간다. 여기에 연기잘하는 또렷한 배우 임수정의 가세도 더욱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있다.

     서울 광화문 가든 플레이스에서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 전날 이병헌 주연의 ''그 해 여름''을 보았고 글 빚을 못이겨 새벽 5시에야 눈을 붙였다는 박 감독은 약간 피곤해 보였다.

     확실히 피칠갑이 난무하던 전작들과는 달리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밝고 경괘한 영화다. 비록 주무대는 신세계 정신병원이지만 두 주인공 영군(임수정)과 일순(정지훈)의 자기들만 아는 것 같은 사랑이야기다.

     분명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리 음습하거나 피비린내 나는 어두움이 화면에 비춰지지는 않는다. 영화계에서는 이런 박찬욱 감독의 변화를 지나치게 한쪽으로 내달리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반작용 현상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그는 "안주하기 싫어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친절한 금자씨''는 하드고어 적인 것이 약했다. 오히려 ''공동경비구역 JSA''같은 영화가 더 폭력의 힘이 강하고 무겁고 어두웠죠. 말하자면 제 입장에서는 그런 강한 폭력적 영화들을 통해서 재미도 좀 봤는데 그 스타일로 가는게 훨씬 더 쉽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안주하는 것을 탈피하고 싶었어요."

     박감독은 오히려 밝고 따뜻하고 가벼운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처음 촬영할때 다소 난감했다고 했다.

     "한 명의 작가나 감독이 ''나의 세계가 이렇다''라고 말한다면 이제 그 방식은 ''물렸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지난 작품에서 보여준 스타일들이 이제 재미없어졌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전작에서 보였던 미술, 음악, 세트 그리고 박찬욱 작품에서 익숙한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서 느껴지는 유사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역시 이번 영화 시사회를 통해서도 뭔가 반응을 들었을 텐데 그전과 달라진 것이 있을까?

     "어렵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시더군요. 사실 이 영화는 내러티브가 약한 이미지 위주의 영화가 아닌데도 관객들은 이상하게 전체를 관통해서 보지 않고 부분을, 형용사나 부사처럼 단절해서 보는 것을 느끼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 감독이 처음 이 영화의 컨셉트를 잡았을 때는 영화속에 등장하는 의사와 환자들이 병원 정원에 둥그렇게 원형 휴게실 같은 곳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한다.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고 조연이 되고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그런 장면에서 비롯됐다는 것. 여기에 나중에 몸에서 총알이 나가는 자신을 싸이보그라 생각하는 소녀의 꿈이 더해졌다.

     혹시 그는 정신병원이란 영화속 무대가 일반인들에게 낯선 곳이기에 이야기 전개를 좀더 훼방받지 않고 펼치고 싶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박감독은 "일상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곳은 흥미롭다. 오히려 이제껏 시 소설 등 작품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감독은 영화속 주인공 영군의 할머니를 등장시켜 뭔가 관객에게 메시지를 주려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군과 환상속에서 만나 뭔가를 말하려고 자꾸 우물쭈물 하지만 이내 그 끝은 명확히 알수 없이 흐지부지 된다. ''삶의 목적''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같다. 하지만 감독은 그끝을 흐렸다. 왜일까? "글쎄 저 역시도 대사를 만들어 두지도 않았고 정답을 갖고 있지도 않아요." 대신 일순의 아이러니한 ''희망을 버리고, 기운을 냅시다''나 영군의 ''죽긴 왜 죽어, 젊은 사람이 어떻게든 살아야지'' 같은 대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관객들이 ''삶은 OO다''라고 찾아야 될 숙제를 안고 돌아오게 생겼다. 박찬욱 감독의 안주하지 않는 새로운 도전에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박찬욱 감독

     

    할리우드 영화 연출 "글쎄"시나리오 많이 오지만 진출엔 부정적

     ''올드보이''로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있는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많이 온다"면서 "영어로 된 시나리오라서 그 정서를 완전히 파악하기도 어렵고 또 요약본으로 오는 경우에도 전체 시나리오의 느낌과 내용을 이 요약본으로 읽고서 거절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감독은 이를 할리우드 영화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박 감독은 영화로 만들어질 계획인 원작소설과 시나리오를 계속 받아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느 것하나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정말 좋은 감독은 흔치 않은데 그들이 받는 시나리오도 있을텐데 나는 먼 이곳에서 그저 기다리다가 받는 형편이다"며 "사실 진짜 작품을 하려면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시나리오는 분명 한국에서 찍을 수 없는 성질의 내용을 담아야 하고 할리우드 배우들을 써야 만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 찍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박 감독은 "하지만 그런 시나리오도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데 한 6개월 공들여 쓴 시나리오가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쓰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러다 언제 찍겠느냐는 고민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박 감독은 본인이 제작하고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는 ''설국열차''를 2009년 혹은 2010년에 촬영 시작한다는 밑그림을 갖고 있다. 

    박찬욱 감독

     

    "CF 감독 앞에선 여장도 했을 것" 뜻밖에 발랄한 모습 "연기요구 거절 못 해"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모호필름 제작)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박찬욱 감독이 올해 모델로 나섰던 정유회사 CF 촬영에 대해 "역시 감독 앞에서는 어떠한 연기요구도 거절 못하겠더라"는 소감을 털어놨다.

     박 감독은 김태희 차승원 싸이 손예진 등이 릴레이로 출연했던 한 정유회사 CF에 모델료를 받고 깜짝 출연해 CM송까지 불러 화제를 낳은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의 노래와 출연으로 화제가 된 것은 한 정유회사 CF. 과거 자동차 광고 모델로 서본 경험이 있는 박감독은 당시 근엄(?)한 감독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이 CF에서는 뜻밖에 노래와 손동작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박 감독은 "저 역시도 시키면 그렇게 하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면서 웃었다. 박 감독은 또 "만일 여장을 하라고 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면서 "나름의 역할에 대한 고충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출연한 정지훈이 시사회직후 가진 최근 간담회에서 "빼앗을 수만 있다면 감독의 능력을 빼앗고 싶었다"는 말에서 촬영에 있어 감독의 절대적 위엄과 권위의 한 단면을 엿볼 수도 있었다.

     한편 박 감독은 올해 재 정리돼 출간된 두권짜리 책 ''박찬욱의 오마주, 몽타주''에 대해서는 "얇은 책이 6쇄까지 더 나간 것 같다"면서 "책은 평론가 시절 썼던 것을 재정리하는 것이라 제 원래 작업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고 CF촬영은 원래 직업과 다른 일종의 다변화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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