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당 개헌특위 위원들이 6년 단임제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의 임기는 3년으로 단축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대선과 함께 개헌을 국민투표에 붙여 완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개헌특위 활동이 지지부진하자 국민의당이 선도적으로 나서 개헌 추진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소극적인데다 당내에서도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이 먼저 꺼낸 개헌안 공개, '분권형 대통령제+6년 단임제'국민의당 개헌특위 소속 김동철, 천정배, 송기석, 이태규, 이상돈 의원과 정동영 국가대개혁위원회 위원장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헌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안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공식 보고됐지만 당론으로 추인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우선,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폐해가 있다고 보고,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
국민 직선의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된 국무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분점하되, 총리의 잦은 불신임에 따른 국정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적 불신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에 분권형 대통령의 임기는 6년 단임제로 1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부칙에 개헌안 발표 시점을 2020년으로 명시해 19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권, 생명권, 건강권, 알권리 및 자기정보결정권을 신설하고 여성·장애인·노인·청소년을 위한 기본권을 명시해 기본권을 최대한 확대하도록 했다.
또한 '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제'를 명시해 직접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구현하고, 정당득표율과 의석수간의 비례성을 보장해 대의민주주의를 보강하도록 했다.
이밖에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고 면책 특권 요건을 제한함으로써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천하며, ▲국민 혈세인 예산낭비 방지와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고, 감사원을 독립기구화 하기로 했다.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헌법상 권리로 명시하고, 지방정부에 입법권과 과세권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고 밝혔다.
◇ 개헌 불씨 살리려는 국민의당, 파장은?국민의당 의원들은 대체로 개헌에 대해서 적극적인 입장이다. 특히 손학규 전 대표 등은 조속한 개헌 추진을 촉구하고 있어 특위 위원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바탕으로 대통령 권한을 일부 축소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당내 의견조차 통일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개헌 초안을 들고 나온 것은 지지부진한 개헌 특위 활동을 자극하고, 각 당에 개헌 논의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간사를 맡은 김동철 의원은 "특위에서는 노골적으로 반대는 못하지만 특위 활동 시한이라든가 로드맵에 대해 전혀 합의를 안해주면서 계속 논의만 하자고 한다. 그래서 두달을 기다리다가 이렇게 독자적인 개헌안을 내게 된 것"이라며 특위 내 소극적인 친문 성향 의원들을 겨냥했다.
이어 "특위에서도 정부형태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거의 의결됐고, 현재의 대통령제 유지하자는 것은 2~3명 밖에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대표 측도 본격적으로 압박했다.
정동영 의원은 "300명 국회의원의 절대 다수는 제도 개혁을 원한다. 문재인 후보가 동의하면 아마 5월 대선과 국민투표가 가능해 질 것"이라며 "문 후보와 300명 입법부의 대치 상태이다. 딱 한 사람의 반대라는 장벽에 막혀 개헌이 못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이처럼 국민의당은 개헌을 통해 촛불 민심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꺼져가던 개헌의 불씨를 살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조기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안희정 후보 등 민주당 유력 주자들이 개헌에 소극적이다. 심지어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의 의견차가 있어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야를 넘나들어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존재해 이들이 개헌 발의 요건인 재적과반수 150명을 목표로 개헌 단일안 도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