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
지지세(勢) 확장이 벽에 부딪힌 바른정당이 수도권의 기반마저 흔들리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보수적통 경쟁에서 밀리고 있고, 자유한국당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 지역구에 경쟁자를 심으면서 풀뿌리 조직이 동요하고 있다. 수도권은 야권과의 박빙승부가 펼쳐지는 곳이어서 '보수 분열' 구도는 대선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른정당의 위기상은 여론조사에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조사해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바른정당은 6%의 지지율로 전체 5개 정당 중 4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셋째 주 이후 매주 1% 포인트씩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수도권 상황은 더욱 위급하다. 서울 4%, 경기‧인천 5% 등의 지지율로 평균을 밑돌았다. (휴대전화‧집전화로 전국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20%)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바른정당 소속 의원 지역구에 현역단체장을 경쟁자로 배치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바른정당 당 대표인 정병국 의원의 지역구인 여주‧양평 조직책에 김선교 양평군수를, 김영우 의원의 포천‧가평에 김성기 가평군수를 임명하는 식이다. 김학용 의원의 경기 안성에도 황은성 안성시장이 임명됐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의원의 경우 자신이 과거 지역구 시의회의 비례대표로 공천했던 현역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한국당 당협위원장이 돼 서로 총질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한국당의 공세는 현역의원의 경쟁자인 단체장에 지역구를 맡겨 탈당 행렬을 차단하고, 이미 떠난 당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바른정당이 2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정병국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바른정당 수도권 의원들은 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복합 지역구 중 한 지역의 단체장에게 당 조직책을 맡기다 보니, 오전 업무를 마친 군수가 오후엔 남의 군에 와서 정치 활동을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구 쟁탈전이 심각하게 전개되면서 이번 대선의 범(凡) 보수후보 단일화와 대선 이후 당 대 당 합당 등의 보수대통합이 힘들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수도권과 같은 격전지에서 두 보수당이 다투게 되면 대선을 포함한 어떤 선거든 필패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분열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도권이 궤멸하고 총선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정당 내부에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과가 인용돼 한국당 쪽으로 쏠린 힘의 균형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수도권부터 조직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수도권에서의 고전은 바른정당이 개혁 성향 등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라는 자조섞인 비판도 제기된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대권행보를 돕고 있는 정두언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연령 18세 인하도 할 것처럼 하다가 말아버리고. 공수처 신설법도 지연시켰다"며 "국민들이 볼 때 바른정당이 (한국당과) 별 다를 게 뭐 있겠느냐"며 바른정당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