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병원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사진=박초롱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이 살해된지 나흘째인 17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피살을 기획·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4명의 남성을 쫓고 있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병원과 경찰서, 호텔 등에는 현지 언론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태국, 일본 등 외신까지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앞서 붙잡힌 베트남,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2명이 "장난인 줄 알고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하고 북한과의 관련성도 부인함에 따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들에게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4명을 뒤쫓고 있다.
이미 이들의 도주로 차단을 위해 국경검문을 강화하고 있으며 두 여성의 출신 국가인 인도네시아, 베트남과의 공조수사도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 13일 사건이 발생한 후 나흘이 지나도록 이들의 행방이 묘연해, 일각에서는 이들이 해외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열차나 자동차를 이용해 출국하기 충분한 시간이란 것이다.
두 여성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붙잡지 못하면 사건이 자칫 미궁에 빠질 우려가 있다.
북한 당국은 시신 인도를 끈질기게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법 절차에 따라 당국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국적의 용의자 여성이 김정남을 살해하기 전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묵었다고 알려진 호텔의 모습. (사진=박초롱 기자)
한편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각국 언론의 취재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기자가 17일 베트남 국적 여성 용의자가 김정남을 살해하기 전 묵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항 인근의 한 호텔을 찾았을 때도 현지 취재진으로 성황을 이뤘다.
또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앞과 세팡 경찰서,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병원 앞에도 수십명의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17일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문이 굳게 닫혀있다. 북한은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말레이시아 정부에 요청했다. (사진=박초롱 기자)
이날 북한 대사관은 전날과 달리 아예 초인종마저 꺼놓고 문을 잠가놓았다.
현지 언론은 북한 대사관 관계자가 대사관 내부에 들어가 건물 사진을 찍은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사진을 모두 지웠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여권을 지니고 있던 여성 용의자가 잡힌 장소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암팡 지역에서는 어떤 호텔에서 여성이 검거됐는지,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취재하는 차량과 기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