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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약국..."약국은 제 선교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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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약국..."약국은 제 선교지입니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한 약국, 늦은 밤에도 약국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10살 된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소화가 안돼서, 파스가 필요해서 등 손님들은 다양한 이유로 약국을 찾는다.

    자정이 넘도록 간판 불이 환하게 켜진 이곳은 심야에도 운영되는 24시간 약국 '바른손약국'이다. 약국 간판 옆에는 성경 구절을 적은 간판이 하나 더 걸려있다. "여러분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그리하면 하나님이 여러분의 힘과 위로가 되어 주실 것입니다(잠언16:3)"

    24시간 운영하는 바른손약국의 약사 김유곤 씨는 교회를 다니는 크리스천이다. 교회에선 안수집사 직분을 받았다.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2010년 5월 심야약국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달 6월부터 이를 시행해야 하는데 김집사의 약국이 위치한 지역에서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육체적으로 힘만 더 드는 이 일에 자원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은 누가 하려고 그러겠어요. 지원하는 사람이 없죠. 안하는 이유가 경제적으로 마이너스고 몸도 피곤하고 또 요즘같이 주5일에 근무에 다 쉬려고 하는 인생을 즐기려는 추세 속에서 거꾸로 가는 행보거든요."

    경기도 부천 역곡동에 위치한 '바른손약국'은 자정이 넘도록 간판 불이 꺼지지 않는다.

     

    김집사도 알고 있었다. 심야약국을 운영하면 득이 될 것 보단 해가 될 것이 많다는 것을. 하지만 김집사의 선택은 남들과 달랐다. 오히려 세상적으로 볼 때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결정이었지만 바로 그 일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김집사는 2010년 6월 심야약국을 시작했다.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하는 것이 하늘에서 하나님 보좌를 버리고 성육신 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따르는 예수님의 자녀들이 행해야 될 도리다. 자기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다, 크리스천이 해야 한다..이런 마음에서 자원을 하고.."

    처음에 김집사는 '밤에 무슨 약을 찾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상비약 정도 갖추고 있으면 되겠지'라고 말이다. 그런데 김집사의 그런 생각이 금세 사그라졌다. 밤에 찾아와 약을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김집사가 가만히 살펴보니 그들의 삶이 대체로 고달팠다. 하루종일 아파서 병원이나 약국에 갈 시간조차 없이 일하는 소시민들. 병원 갈 돈이 없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으로 때우는 사람들이었다. 김집사는 이들을 보며 약사로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한다.

    "밤늦게 약을 찾는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느끼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내 소명을 다시 찾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24시간 이 곳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놀이터, 이런 마음의 변화를 성령님께서 자꾸 주셨죠. 그러다보니 제 마음이 바뀌고 하루하루가 달라지더라고요. 나아가 약국은 선교지고 저를 만나는 분들에게 주님의 향기를 발하는 행동을 하게 되더라고요."

    추운 겨울, 따뜻한 유자차 한 잔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흘려 보낸다.

     

    그래서인지 김집사가 운영하는 약국은 영업시간이 길다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김집사는 약을 사러 온 손님들에게 유자차를 권하고 안부를 묻는다. 또 약국의 단골손님들은 서슴없이 스스로 유자차를 타서 먹기고 하고 다른 손님들에게 유자차를 타서 주기도 한다. 어느새 약국은 동네 사랑방이 되어 간다.

    지역주민들은 김 집사의 약국에 오면 위로를 받는다. 동네주민 임정환씨의 말이다.

    "너무 친절한데 친절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다른데서 처방을 조금 고가로 하는데 여기 오면 상담을 하면서도 저렴하면서도 너무 좋은 약사님 난 놀라버렸어! 감탄을 했어! 영업이 아니고 너무 인간적이고 좋더라! 하튼 좋은 위로를 많이 받아요. 돈을 떠나서. 여기에서 역곡에서는 자랑거리에요."

    김집사의 사랑 나눔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교를 위한 통장을 개설해 매달 일정 금액을 저금한다. 김집사는 모든 재물은 다 하나님의 것이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며 생활비가 아닌 오로지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만 통장을 구분하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말한다. 통장에 모은 돈으로 개척교회와 해외선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남들 눈에 특별해 보이는 김집사의 삶의 비결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이다.

     

    김집사가 이렇게 열심인 까닭은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배운 말씀을 실천에 옮기려고 애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씀을 통해서 내가 배워가면서 그렇게 배워진 게 깨달아 지면 믿음은 또 행함으로 나타나야 하니깐 실천으로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이 약국을 하나의 선교지라고 생각하면 다른 약국과 단순히 약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 장소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만나고 그것을 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 나눌 수 있는 공간..."

    그저 묵묵히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간다고 말하는 김집사. 그의 약국은 오늘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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