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마감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칼자루를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당이 발의한 특검 연장법안의 국회 통과가 사실상 힘들어 보이는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의 연장 승인만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인 셈이어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 특검 연장안 놓고 여야 '강대강' 대치
2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 4당 대표들이 특검연장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갖고 있다. 좌측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야4당은 특검안 연장 '연대'를 구축하고 황 권한대행에 최후통첩을 날리며 황 대행 압박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바른정당 정병국,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만나 황 권한대행이 이날까지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23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연장안을 처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합의했다.
반면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여당은 야당의 요구에 대해 "정치 공세"라며 반박에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특검법 개정안을 통해 수사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야당의 협박은 전형적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황 권한대행은 무리한 연장요구에 개의치 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달라"고 보호막을 쳤다.
황 권한대행이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특검 수사는 이달 28일 종료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활동 기간 50일 연장 특검법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여야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 상정을 논의했지만 여당이 반대하는데다 권성동 위원장 역시 합의 처리가 관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상임위 상정이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간사 김진태 의원은 "특검법 개정안을 들여다봤는데 독소 조항이 수두룩했다"며 "여야 합의도 없이 그냥 두드려 통과시키자는 건 법사위 직분 포기하는 것"이라고 특검 연장안 상정을 반대했다.
◇ 정세균 의장도 "직권상정 못 해"…황교안 "수사 상황 검토중"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의원들이 21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로텐더홀로 이동해 '특검기간 연장 및 개헌입법 관철'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야4당은 특검 연장안을 직권상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 국회법에 따라 천재지변 등 비상사태에 한해서만 여야 합의 없이도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지금을 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지만 흔쾌히 동의하지 못하는 여론도 많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되더라도 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특검 연장의 생사여탈권은 사실상 황 권한대행의 손에 쥐어져 있지만, 황 권한대행측은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총리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요청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의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관련법에 따라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법에 명시된 특검의 수사 기한 연장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부족한데다 특검 연장 찬성의 여론 압박도 거세지고 있어 황 대행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23일 원내지도부와 법사위, 안행위, 교문위, 미방위 간사 연석회의를 열고 특검 수사기간 연장과 특검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검 연장 반대를 확실히 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