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우리나라 농업 분야에서 아주 충격적인 변화가 나타난 한해였다. 우리 민족의 주식(主食)인 쌀의 생산액이 50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2위 자리로 밀려나고 돼지 생산액이 1위로 올라선 것이다.
게다가 쌀 생산액은 2위 자리도 흔들리고 있다. 한우 생산액이 조만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주식 개념이 쌀에서 고기로 빠르게 변하면서 농업과 식생활 소비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쌀 생산 농가. (사진=경북도 제공)
◇ 2016년 쌀 생산액 6조5000억 원 추정…10년 전 보다 22.6% 감소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쌀 생산량은 지난 2006년 468만 톤에서 지난해에는 420만 톤으로 10년 사이에 10.3%나 감소했다.
이는 단위 면적당 벼 생산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택지와 산업단지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벼 재배면적이 자연 감소한 원인이 가장 크다.
문제는 이처럼 쌀 생산량 감소 폭에 비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폭이 워낙 크다 보니 해마다 쌀 재고물량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6년 78.8kg에서 지난해에는 61.9kg으로 21.4%나 급감하면서 해마다 20~30여만 톤이 과잉공급되고 있다.
결국, 농민들이 산지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 연간 쌀 생산액도 2006년 8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6조5000억 원으로 22.6%나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돼지 생산량은 88만2000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돼지 생산액 6조7700억 추산…단일 품목 최대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돼지 생산량은 88만2000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06년 67만7000톤에 비해 10년 사이에 무려 30.3%나 증가한 것이다.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2006년 18.1kg에서 지난해에는 23.3kg으로 28.7%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연간 돼지 생산액도 2006년 3조6900억 원에서 지난해는 6조7700억 원으로 무려 87.6%나 급증했다. 생산량이 증가한데다 돼지 마리당 산지 출하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난해 돼지 추정 생산액은 쌀 추정 생산액 6조5000억 원을 사상 처음으로 뛰어 넘은 것이다.
또한, 지난해 국내 한육우 생산량은 23만1000톤으로 2006년 15만8000톤에 비해 46.2%나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한육우 생산액은 2006년 3조2740억 원에서 지난해는 4조4600억 원으로36.2% 증가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서홍석 연구원은 "소고기 소비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안에 쌀 생산액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또 "쌀 소비량은 계속해 줄고 있고, 가격도 덩달아 내려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육류 소비는 늘어나고 가격도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식생활 패턴도 이미 서구화됐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그래도 쌀 산업 포기할 수 없다…정부 지난해 직불금만 2조3000억 원 지원정부는 이처럼 국내 농축산물 소비시장에서 주식 개념이 바뀌고 있지만 식량 주권 차원에서 쌀 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 추정액 6조5000억 원은 농민들이 산지에서 판매한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국내 쌀 생산농가 68만5000가구를 감안하면 농가당 쌀 판매금이 949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가 지원하는 직불금은 별개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지원한 직불금은 논 1ha당 100만 원씩 지급하는 고정직불금 8383억 원과 쌀값 하락에 따른 변동직불금 1조4900억 원 등 모두 2조3283억 원에 달한다.
이는 쌀 농가당 평균 34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결국 지난해 농민들이 쌀농사를 지어 얻은 수입액은 농가당 1289만 원으로 이 가운데 26%는 정부가 지원한 예산인 셈이다.
서홍석 연구원은 "쌀의 소중함을 알리고 소비 확대정책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영향이 클지는 의문"이라며 "쌀 대신 다른 작목을 기르는 생산조정제 같은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쌀 생산액이 2위로 밀려난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5천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로 매우 중요한 변화"라며 "농업정책도 변화를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