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중 누가 대선후보로 적합한지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특히 당의 실세인 친박계 내부에서 '홍준표 카드'를 대안으로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홍 지사는 황 대행이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조금씩 부상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주자들을 향해 특유의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등 보수 적자를 선점하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두 인물 간 경쟁에선 보수 결집에 유리한 후보가 누구인지, 향후 중도로의 확장성을 겸비했는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 홍준표, 황교안 대체재?여권 내부에서 거론되는 홍 지사의 비교우위는 국정농단 무관성, 출신 지역, 선동가 기질, 군필 등이다. 모두 황 대행이 지니지 못한 특징이다.
황 대행이 '박근혜 정부 2인자' 이미지에 갇혀 있는 반면, 홍 지사는 상대적으로 국정농단으로부터 자유롭다. 때문에 황 대행이 탄핵 기각 시에 적합한 후보인 반면 홍 지사는 인용됐을 때 출마가 가능한 후보로 평가된다.
홍 지사의 고향이 경남 창녕이면서 출신 학교가 영남 중‧고교로 성장 배경이 대구인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역구도가 엄연한 현실에서 여권 텃밭인 PK와 TK를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이 장점이라는 것이다. 황 대행의 고향은 서울이다. 황 대행이 피부병(담마진)으로 면제인 반면 홍 지사가 군필인 점도 보수층 공략에 유리하다.
홍 지사가 '홍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선동가 기질이 있는 점도 보수 정치권에선 장점으로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지사는 자신을 제외한 야권의 모든 후보를 ‘좌파’로 매도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실제로 28일 경남 창원에서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만난 직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안희정 충남지사에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 洪 '당원권 회복' 놓고 양측 신경전최근 황 대행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반면 홍 지사가 서서히 상승하는 추세인 점도 '선수교체론'에 힘을 싣고 있다.
매일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7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황 대행은 10.9%의 지지율로 전주에 비해 3.9% 포인트 하락한 반면, 홍 지사는 같은 기간 1.8%에서 3.6%로 상승했다.(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홍 지사 측은 3월초로 예상되는 헌재의 탄핵 판결 전까지 영남 지역의 지지여론과 황 대행과의 격차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섬 관계인 황 대행의 지지율이 10% 아래로 내려오고, 홍 지사가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어야 출마 선언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생기면서 황 대행 측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초 한국당 비대위는 홍 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2심 무죄 판결을 받자, 정지된 그의 당원권을 회복시켜 주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모 의원이 지도부의 '징계 철회'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해당 의원이 황 대행의 출마 준비를 돕고 있어 반대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 '출마 명분', 공통 약점
하지만 홍 지사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점은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지난 22일 상고한 만큼 3심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유‧무죄 여부가 대선 전 결정되면 다행이지만, 조기대선의 상황에서 판결이 선거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홍 지사의 당선과 유죄 판결 등을 함께 가정하면 현직 대통령이 법정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당선 무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후보라는 의미여서 출마 자체를 넌-센스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여권 내부에 존재한다.
황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에서 다른 대행을 임명하고 출마해야 하는 난점 못지않게 홍 지사도 출마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