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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년 동안 명맥을 지켜온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가 해체됐다.
총수가 구속된 가운데 그룹의 컨트롤타워까지 사라지면서 삼성은 각 계열사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에 나서는 사실상 그룹해체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삼성이 28일 내놓은 미래전략실 해체방안은 강도가 상당히 높았다.
미래전략실을 완전히 해체하고 1인자였던 최지성 부회장과 2인자였던 장충기 사장, 전략팀장이었던 김종중 사장을 비롯해 7개 팀장이 모두 사임했다.
이들은 3월 1일자로 퇴사조치된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최지성 실장이 주관해온 사장단 회의는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폐지되고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하던 '대관업무조직'도 모두 해체된다.
대신 각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실시한다는게 발표의 골자다.
이런 해체계획은 지난 2008년 조준웅 특검 직후 당시 전략기획실을 해체할 때 사장단 협의회를 통해 업무를 조율하고 이를 지원하는 업무지원실을 남긴 뒤 사장단 협의회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 관리위원회를 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비상근이라고는 하지만 투자조정위원회가 계열사간 업무의 중복 등을 조정하고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는 일을 했기 때문에 축소된 전략기획실의 일부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8일 미전실 해체는 이때와 달리 남는게 아무것도 없다.
이름이나 형태가 무엇이건 삼성 60년 역사상 사라지지 않았던 컨트롤타워가 완전히 부재한 상황이 된다는 뜻이다.
이는 2008년 전략기획실 해체 당시 불구속 재판을 받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여전히 건재했고 아들인 이재용 전무가 있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준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날 마지막 브리핑에서 "미전실 해체 이후 각사가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경영을 해 나갈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삼성은 새로운 지휘체제를 만들지 않는한 각 계열사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CEO의 자율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는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삼성의 각 계열사 CEO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적의 경영을 하겠지만 10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과 같은 대규모 투자와 M&A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단위에서 해오던 이미지관리와 홍보 등의 업무도 쉽지 않게 됐다.
삼성은 또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구체적인 신뢰회복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따라서 계열사들이 이런 일들을 알아서 자체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쇄신안으로 무너진 신뢰를 주주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회복할지는 의문"이라면서 "삼성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구체적인 액션을 취해야 할 부담은 온전히 각 계열사의 몫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준 커뮤니케이션 팀장도 마지막 브리핑에서 "각 계열사들이 자율경영을 해나가면서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